온몸 멍투성이로 숨진 8살…부모 “사망 당일엔 안 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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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3월 4일 11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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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친모 앞뒤 안 맞는 진술…거짓말로 책임 회피하려는 듯”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여덟 살배기 딸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경찰에 긴급 체포된 20대 부모가 아이 사망 당일엔 때린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인천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대는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A 씨(27)와 그의 아내 B 씨(28)를 붙잡아 3일 1차 조사를 벌였다고 4일 밝혔다.

A 씨 부부는 지난 2일 인천시 중구 운남동 한 빌라에서 딸 C 양(8)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A 씨는 숨진 아이 C 양의 계부이고, B 씨는 친모다.

B 씨는 A 씨와 결혼하기 전 스무 살 무렵 동거남과 사이에서 첫째 아들(9)과 C 양을 낳았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혼 상태였다. 이들 남매는 2015년 경기도 한 아동보호 시설에서 2년 넘게 지내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B 씨는 “당시 전 남편이 군대에 가야 해서 지방자치단체에 도움을 요청했고 아이들을 보호시설에 보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C 양 사망 당일인 지난 2일 오후 2시 30분경 퇴근하고 귀가했다. 같은 날 오후 8시 57분경 자택에서 “딸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다”며 119에 신고했다. 당시 B 씨 역시 집에 있었다.

A 씨는 직접 심폐소생술(CPR)을 하는 모습을 소방서 상황실 직원에게 영상통화로 보여주기도 했다.

구급대원이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C 양은 심정지 상태로 호흡은 멈춰 있었다.

경찰은 소방당국의 공동 대응 요청을 받고 현장에 도착한 뒤 C 양 얼굴, 팔, 다리 등 몸 여러 곳에서 멍 자국을 발견하고 A 씨 부부를 학대치사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지난해 11월부터 아이(C 양)가 거짓말하거나 말을 듣지 않을 때 체벌하거나, 밥을 주지 않은 적이 있다”며 “훈육 목적으로 체벌한 것”이라고 혐의 일부를 인정했다.

하지만 친모 B 씨는 “딸을 학대한 적이 없다”며 범행을 전면 부인했다.

다만, 두 사람은 아이가 사망에 이르게 된 것은 학대 때문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C 양 사망 당일엔 체벌 등을 하지 않았다는 취지다. 아동학대치사죄는 폭행과 사망 사이의 인과 관계가 있어야 성립된다.

경찰 관계자는 “A 씨와 B 씨의 진술이 다른 부분도 있다”며 “B 씨의 진술 중에는 앞뒤가 맞지 않는 말도 있는 등 거짓말을 통해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일 수도 있어 계속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1차 부검 결과가 나오면 A 씨 부부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장연제 동아닷컴 기자 je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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