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총수들 “기회의 땅, 베트남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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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최태원 이어 김승연 회장, 12월 항공 부품 공장 준공식 참석
규제 완화-세제 혜택 등 매력… 제조업 투자 작년 1조달러로 늘어
무역장벽 中에 대한 투자는 하락세

국내 재계 총수들이 잇달아 베트남을 찾고 있다. 베트남은 이미 2014년부터 지난해를 제외하면 한국이 외국인직접투자(FDI) 규모 1위를 차지할 만큼 주요 투자국으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중국의 자국 기업 보호주의 정책 및 미국과의 무역갈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상황이 겹치면서 베트남이 한층 더 매력적인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다음 달 6일 열리는 항공엔진 사업 계열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생산 공장 준공식에 참석하기 위해 베트남을 찾는다. 한화가 2억 달러(약 2380억 원)를 투자해 하노이 외곽 호아락하이테크단지에 지은 이 공장은 항공기 엔진용 부품을 생산한다. 한화 관계자는 “앞서 한화테크윈 폐쇄회로(CC)TV 현지 공장이 올해 가동을 시작하는 등 베트남이 주요 생산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 1, 3위인 삼성과 SK그룹 총수들도 최근 베트남을 방문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30일 베트남을 방문해 응우옌쑤언푹 총리를 만나 “베트남에 대한 장기투자를 이어가고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이달 8일 1년 만에 베트남을 방문해 푹 총리를 만났다.

베트남이 한국 제조기업들의 FDI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대 이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22일 한국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1992년 한국 제조업 전체 해외직접투자에서 2.5%(170억 달러)에 불과했던 베트남 비중은 지난해 17.7%(1조3975억 달러)로 확대됐다. 한국 제조업의 주요 투자국이었던 중국의 비중은 2000년대 50%에 육박했지만 지난해 27.6%로 떨어져 베트남과 10%포인트 이내로 좁혀졌다.

추광호 한경연 일자리전략실장은 “중국 내 외투기업 우대 축소와 노동비용 상승 등으로 투자가 줄어들고, 각종 우대 혜택을 늘리고 있는 베트남으로의 과감한 투자가 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베트남 정부는 하이테크 산업 분야에 대해 4년간 법인세 면제, 이후 9년간 50% 감면 혜택을 주고 일반 기업의 외국인 투자 한도도 철폐하는 등 ‘친(親)외투’ 기조를 확대하고 있다. 제조업 월평균 임금 역시 216달러로 중국(470달러)의 절반 이하다. 이에 반해 중국은 2008년부터 외자기업 법인세율을 인상하고 인건비가 상승하면서 투자처로 매력을 잃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에는 생산 거점 차원을 넘어 현지 기업에 대한 직접투자도 확대되는 추세다. 재계에서는 김승연 회장이 이번 방문에서 ‘베트남의 삼성’이라 불리는 시총 1위 기업 빈그룹과의 사업 협력에 공을 들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8월 한화자산운용은 빈그룹 전환우선주 8400만 주를 4500억여 원에 매입했다. SK도 올해 9월 베트남 7위 기업인 마산그룹에 5300억 원을 투자해 9.5%의 지분을 획득했다. SK는 현지 공기업의 민영화에도 투자할 예정이다.

이 같은 투자는 베트남의 성장 잠재력을 본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베트남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6.8%로 중국과 비슷했고, 올해 6.7%로 중국을 앞설 것으로 전망된다. 베트남이 1986년 ‘사회주의적 시장경제’를 목표로 수립한 ‘도이머이(쇄신)’ 정책 시기에 태어난 20, 30대, 이른바 ‘도이머이 세대’가 전체 인구의 26%에 달해 소비 잠재력 역시 큰 것으로 파악된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재계 총수들#기회의 땅#베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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