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인권운동 美여성 3년만에 석방한 까닭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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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아동학대 등 혐의로 체포, 혐의조작 의혹… 양국 외교문제 비화
시시 대통령 방미 2주만에 풀어줘… 무죄판결에 美 압박 영향 미친듯

이집트 길거리에서 어린이들을 돕던 미국 출신 여성이 아동 성추행 등 혐의로 구금된 지 3년 만에 무죄판결을 받고 풀려났다.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최근 미국을 방문한 뒤 무죄판결이 나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미 의회의 압박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AP통신 등은 16일 이집트 법원이 미국과 이집트 이중국적을 갖고 있는 아야 히자지(29)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고 보도했다. 이집트 당국은 2014년 5월 히자지와 그의 남편 및 다른 6명을 어린이 학대 및 인신매매, 납치, 성적인 강탈 및 고문 등 혐의로 체포했다. 피해 아동으로 알려진 이들은 이들이 보호하고 있던 아이들이었다. 히자지와 함께 체포됐던 6명도 무죄판결을 받았다.

그동안 인권 단체들은 민간 시민단체의 활동을 억압하기 위한 거짓 기소라고 주장하며 관련 혐의가 조작됐다고 항의했다. 당국은 이들의 재판을 신속하게 처리하지 않고, 법원 컴퓨터가 고장 났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재판기일을 연기하는 등 늑장을 부려 왔다.

이 문제는 외교적 문제로 비화됐다. 히자지가 미국 태생으로 조지 메이슨대를 나온 재원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포함한 미국 정치인들은 그의 석방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달 3일 시시 대통령의 워싱턴 방문을 계기로 히자지 석방 문제가 다시 공론화됐다. 워싱턴포스트는 “히자지 문제가 트럼프 행정부의 대(對)이집트 정책 변화의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결국 16일 이집트 법원은 이집트와 미국 국적을 가진 히자지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그의 남편인 모하메드 하사네인 등 비슷한 혐의를 받고 구금 중인 다른 피고인 6명에게도 무죄판결이 내려졌다. 히자지의 변호인은 “피고인들은 며칠 내로 풀려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환상적인 일을 해냈다”며 이집트 법원의 판결을 환영했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이집트#인권운동가#억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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