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工高서 발레리노 꿈꾸며, 몸 만들었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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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 무용학과 들어간 최민수군

시원한 점프를 보여주고 있는 최민수 군.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시원한 점프를 보여주고 있는 최민수 군.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가난한 광부의 아들로 태어나 영국 로열발레단의 무용수로 성장한 아이 이야기를 다룬 영화 ‘빌리 엘리어트’. 2000년에 만들어진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에 두고 있어 더욱 큰 감동을 줬다.

3일 세종대 무용학과에 입학한 최민수 군(18)의 이야기가 이 빌리 엘리어트를 닮았다. 그는 경남 창원 출신.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창원의 빌리 엘리어트’라고 부른다. 최 군은 이렇게 말한다. “3년 전만 해도 저와는 상관없는 꿈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뤄졌다.”

그는 지난해 단국대 현대무용콩쿠르 개인부문 동상, 세종대 현대무용 고등부 남자부문 대상(1등)을 연이어 차지했다. 하지만 그가 어렸을 때부터 무용을 배웠던 것은 아니다. 그의 집은 가난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지역아동센터(공부방)에서 지내야 했다. 그는 구석에서 음악을 틀어놓고 춤을 췄다. 중학교 2학년이던 2009년, 권송미 교사(41)가 우연히 그 장면을 목격했다. 권 교사는 “수년간 민수를 지켜봤지만 춤출 때보다 환하게 웃는 적이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권 교사는 아이의 재능을 살릴 수 없을까 고민하다 CJ ‘도너스 캠프’에 최 군의 사연을 보냈다. ‘도너스 캠프’는 공부방 아이들의 재능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에 따라 댄스 강사를 파견 받을 수 있었다. 최 군은 다른 공부방 아이들과 함께 3개월간 대중가요 댄스를 배웠다. 춤과의 첫 인연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그해 11월 댄스·음악 강사를 지원받은 전국의 10개 팀이 ‘스테이지 포유’라는 경연대회를 가졌다. 당시 심사위원으로 나온 이현 춤서리 댄스 아카데미 원장이 최 군의 유연성과 가능성을 눈여겨봤다. 댄스 아카데미를 다니려면 월 수십만 원의 수강료를 내야 한다. 대회에 참여하려면 의상비도 필요하다. 이듬해 그는 창원공고에 들어갔다. 이때부터 이 원장은 거의 무료로 최 군을 가르쳤다. 고1 때 얻은 ‘고귀한 인연’ 덕분에 최 군은 체계적으로 무용을 배울 수 있게 됐다. 최 군은 학교 수업이 끝나면 아카데미로 와서 밤 12시까지 무용을 했다.

무용하기에는 고1은 너무 늦은 시기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최 군은 “주변의 격려가 더 많았다.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본격적으로 무용을 배우면서, 상이 쏟아졌다. 2011년 6월 창원대 예술대학축제 무용경연대회 재즈 부문에서 특상을 받은 이후에 지역대회를 휩쓸었다. 그의 상장은 그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지역아동센터에 모두 전시돼 있다. 권 교사는 “민수의 상장을 보면서 후배들이 뿌듯해한다”고 말했다.

최 군의 꿈은 사실, 아직 반도 여물지 않았다. 그는 국립현대무용단에 꼭 들어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현대무용을 처음 접했을 때 온몸이 떨리고 ‘이거야’ 하는 두근거림이 있었어요. 제가 다른 사람들에게 많이 받았듯 저도 나중엔 다른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싶어요.”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최민수#세종대 무용학과#발레리노#도너스 캠프#스테이지 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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