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소비자 관행탓… 현오석 실언 릴레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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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사람이 책임만 따져’ 발언 해명하다 파문만 키워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3일 또다시 ‘소비자가 문제’라는 취지의 말을 해 파장이 커지고 있다. 전날 신용카드사의 개인정보 유출 책임을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듯한 발언을 한 데 이어 이틀째 계속된 실언(失言)이다.

일각에서는 현 부총리의 잇따른 책임 전가 발언이 단순한 말실수가 아니라 정보 유출 사태의 원인과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빚어진 일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고객정보 유출 재발 방지 대책’과도 배치되는 발언이어서 경제정책 수장이 사태를 수습하기는커녕 혼선을 초래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 현 부총리, 또 소비자에게 책임 전가

현 부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전날 발언에) 책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 금융소비자의 96%가 정보 제공 동의서를 잘 파악하지 않는 관행을 지적한 것”이라며 “앞으로 거래할 때 좀 더 신중하자는 취지에서 말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 부총리의 이날 해명은 전날 한 발언의 파장을 의식한 것이었다. 하루 전인 22일 그는 “금융소비자가 정보를 제공하는 단계부터 신중해야 한다. 우리가 다 정보 제공에 동의해 줬지 않느냐”라고 말했다가 금융소비자들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았다.

논란을 진화하기 위해 발언의 취지를 설명한 것이지만 여론은 더욱 나쁜 쪽으로 반응했다. 금융소비자들은 “소비자가 정보 제공 동의서를 제대로 읽지 않는 것은 게으르거나 부주의해서가 아니라 동의 없이는 금융거래가 안 돼 따지기를 아예 포기한 것”이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금융사 대부분은 이름, 주민등록번호는 물론이고 결혼 여부와 취미까지 가입서류에 기재하도록 사실상 의무화하고 있다. 이런 문제 때문에 금융당국은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정보 제공 및 공유를 강제하지 않도록 제도를 바꾸기로 했다. 현 부총리의 발언은 금융당국 스스로 인정한 문제마저 부인하는 인상을 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소비자들은 “현 부총리가 금융권 현실을 알기는커녕 스스로 내놓은 대책조차 숙지하지 못한 게 아니냐”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한 누리꾼은 관련 인터넷 기사에 “금융회사와 당국의 부주의로 1700여만 명의 국민 정보가 유출됐는데 경제팀 수장은 국민 탓만 한다”며 항의하는 댓글을 달았다.

이날 내내 논란이 확산되자 현 부총리는 기재부 대변인을 통해 “불안과 불편을 겪고 있는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려 무척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 여야 작심 비난… 경제팀 개각 논란

부총리 발언의 파장이 커지자 여야 정치권 모두 비판의 날을 세웠다. 파장이 번지지 않도록 힘써야 할 경제정책 수장이 오히려 불씨를 키웠다는 것이다. “어리석은 사람은 무슨 일이 터지면 책임을 따지고 걱정만 한다”는 현 부총리의 전날 발언에 대해서는 국민 정서를 제대로 읽지 못한 데서 나온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번 사태가 경제팀 개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마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심재철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 ‘염장’을 지르고 성난 민심에 불을 지르는 발언”이라며 부총리의 사과를 촉구했다.

박수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정보 제공과 유출도 구분하지 못하는 분이 부총리라는 게 가슴 아프다”며 “국민을 어리석은 사람으로 매도한 현 부총리는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훈 january@donga.com·최창봉 기자
#현오석#신용카드사#개인정보 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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