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5자회담, 의제 분산될 것 뻔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8일 03시 00분


코멘트

청와대 “대통령과의 담판, 정쟁 노림수”
■ 회담형식 놓고 ‘핑퐁게임’ 왜

청와대와 민주당이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회담 형식을 놓고 공을 주고받는 ‘핑퐁 게임’을 계속하는 양상이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7일 박 대통령에게 단독회담을 다시 제안했다. 김 대표가 3일 단독회담을 제안한 데 대해 박 대통령이 6일 여야 대표 및 원내대표를 아우르는 5자회담을 갖자고 수정 제안하자 다시 단독회담을 촉구한 것이다. 청와대는 유감을 표시했지만 양자, 3자 회동을 포함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어서 조만간 회담이 성사될 수도 있다.

○ 회담 형식 둘러싼 줄다리기, 왜?

청와대는 야당 대표와의 회담을 국가정보원 문제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대화의 장으로 여기고 있다. 대통령의 결단으로 특별한 결론을 내기는 힘들다는 점이 청와대가 단독회담을 부담스러워하는 가장 큰 이유다. 청와대 관계자는 “담판은 여야 간에 해야 하는 것”이라며 “민생과 관련된 것도 아니고 국정원 문제를 놓고 대통령과 담판을 하겠다는 건 대통령을 정쟁의 한가운데로 끌어들이겠다는 의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불쾌해했다. 민주당의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할 때마다 대통령 회담이 거론될 수 있다는 점도 걱정거리다.

그러나 청와대도 ‘형식’ 때문에 회동 자체가 무산되는 모양새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일각에선 야당의 양자회동을 전격 수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은 5자회담 제안은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만나 국정원 사건으로 촉발된 정국을 풀자는 회담의 제안 취지를 훼손했다는 주장이다. 5자회담이 될 경우 의제가 분산될 것이 뻔한 데다, 박 대통령이 정쟁을 중재하고 여야에 협조를 요청하는 그림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

김 대표는 서울광장에서 민노총과 간담회를 한 직후 현장 기자실을 찾아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서 담판을 짓자는 것인데 여러 명이 둘러앉아서 하는 담판이 어디 있나”라고 비판했다. 전날 청와대의 5자회담 제안에 불참 의사를 밝힌 전병헌 원내대표도 기자간담회에서 “정기국회를 앞두고 5자회담을 마다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지금 5자회담을 하자는 건 적절치 않다”고 못 박았다.

장외 투쟁과 원내 복귀의 명분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정원 사건 진상규명과 박 대통령 사과, 남재준 국정원장 해임 등을 요구하면서 장외로 나간 만큼 이 사안에 대한 대통령과의 회담이 성사돼야 “성과를 얻었다”고 평가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 민주, “영수회담 요구한 적 없어”

민주당은 이날 “애초부터 영수회담을 언급한 적이 없다. 만날 의사가 없는 것 아니냐”며 청와대를 몰아붙였다. 김 대표가 3일 대통령과의 일대일 회담을 제안한 뒤 청와대에서 “지금 시대에 영수회담이 가능한가”라며 부정적 반응들이 나온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김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애초 청와대에 회담을 제안할 때) 의도적으로 ‘단독회담’이란 용어를 썼다. (영수회담이란 용어로) 말꼬리를 잡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관영 대변인도 “청와대 측은 ‘대통령이 여당 총재가 아닌 평당원이라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만나는 건 격이 안 맞는다’라고 하는데, 박 대통령이 야당 대표 시절(2005년)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만났을 때도 노 대통령은 (여당의) 평당원이었고, 여야 대표가 따로 있었다”고 지적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단독회담과 영수회담이 다르다고 하는 것이야말로 말꼬리 잡기”라고 반박했다.

동정민·황승택 기자 ditto@donga.com
#청와대#민주당#회담형식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