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정부가 안 넘겼나… 나중에 누가 손댔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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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盧-金 회의록’ 행방 미스터리

대통령기록물 열람하는 여야 의원들



여야 의원 10명으로 구성된 ‘2007년 남북정상회담 관련자료 열람위원단’이 17일 경기 성남시 국가기록원을 찾아 열람 장소에 앉아 있다. 기록원은 의원들이 열람하기 전 열람 장소를 취재진에 잠시 공개했다. 성남=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대통령기록물 열람하는 여야 의원들 여야 의원 10명으로 구성된 ‘2007년 남북정상회담 관련자료 열람위원단’이 17일 경기 성남시 국가기록원을 찾아 열람 장소에 앉아 있다. 기록원은 의원들이 열람하기 전 열람 장소를 취재진에 잠시 공개했다. 성남=변영욱 기자 cut@donga.com
2007년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원본이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에 보관돼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회의록 원본이 아예 폐기된 것인지, 아니면 대통령기록관의 기록관리시스템상의 오류인지 등 회의록 원본의 행방을 두고 여러 가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 폐기 가능성?

노무현 정부는 대통령기록관에 대통령기록물을 이관할 때 청와대에서 사용하던 ‘이지원(e-知園)시스템’의 하드디스크 자료를 대통령기록관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즉, 문서가 아닌 컴퓨터 파일 형태로 넘겼다는 말이다. 그러나 2007년 정상회담 관계자에 따르면 회의록은 녹취록 형태로 2부를 만들어 청와대에 한 부 제출했고, 국가정보원도 한 부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말이 맞는다고 추정하면 회의록은 파일이 아니라 문서로 청와대에 전달된 셈이다.

이와 관련해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관계자는 17일 “회의록 최종본은 당시 대통령안보실에서 만들어 대통령에게 이지원시스템으로 보고했고, 노 전 대통령도 컴퓨터 모니터로 회의록을 봤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대통령기록물은 노 전 대통령에게 모두 이지원시스템으로 보고됐고 이는 100% 대통령기록관으로 통째로 넘겨졌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의 주장이 맞는다면 대통령안보실은 국정원에서 건네받은 회의록을 다시 파일 형태로 옮겨서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뜻이 된다.

가정이긴 하지만 회의록이 노무현 정부에서 폐기됐거나 이지원시스템에 올리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이명박 정부 초기 노 전 대통령이 기록물을 경남 봉하마을로 대거 가지고 갔다는, 이른바 자료 유출 논란이 빚어졌다. 그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 측이 기록물 중 상당 분량을 폐기했다는 설도 나돌았다. 또한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는 “노 전 대통령이 김정일과의 대화록을 폐기하라고 지시했다”는 주장도 나온 적이 있다.

이에 회의록 원본 공개를 처음 제시했던 문재인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참여정부 때는 이지원시스템으로 모든 문서가 보고, 결재됐다. 이지원에 올라왔던 문서가 폐기되는 일은 있을 수가 없다. 이지원시스템으로 보고된 문서는 결재 과정에서 그것이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보고된 사실이 문서와 함께 남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 의원은 “정상회담의 문서 이름은 생각나지 않지만 그것 역시 이지원으로 보고, 결재됐기 때문에 그 부분만 폐기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2008년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이진복 의원은 행정안전부(현 안전행정부) 자료를 근거로 이지원시스템의 저장디스크를 교체하는 원본데이터 디스크가 유출됐다고 주장했다. 노무현 정부의 대통령 통치기록을 담은 72테라바이트 분량의 원본디스크 238개가 사라진 것으로 파악됐다는 주장이었다. 이 의원의 주장이 맞는다고 한다면 문 의원 주장과는 달리 원본디스크 자체가 유출됐기 때문에 이지원시스템으로 보고, 결재됐다 하더라도 대통령기록관에 이관될 때는 아예 제외됐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만약 폐기했거나 대통령기록관 밖으로 유출됐다 하더라도 의문은 남는다. 노 전 대통령의 동업자로 불리며 퇴임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문 의원이 대통령기록관에 회의록 원본 자체가 없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회의록 원본을 공개하자고 제안한 셈이 되기 때문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에 있던 의원들이 ‘회의록은 대통령기록관에 분명히 이관됐다’고 했다”며 “회의록 자료제출요구안을 통과시킬 때 ‘강제당론이 아니면 동의해 줄 수 없다’며 공개를 꺼린 쪽은 새누리당이었다”고 주장했다.

○ 시스템 오류 가능성?

여야 기록물 열람단은 15, 17일 이틀 동안 여야가 합의한 7개의 키워드(검색어)뿐만 아니라 넣을 수 있는 모든 키워드를 다 넣어 자료를 검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회의록 원본을 찾지 못했다면 없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문 의원 측에서는 대통령기록관의 기록관리시스템의 오류가 있거나 제대로 된 키워드를 제시하지 못해 찾지 못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김경수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본부장은 이날 통화에서 “기술적으로 이지원시스템을 통해 관리하던 방식을 대통령기록관에서 그대로 쓰는 게 아니라 시스템을 달리 쓰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찾는 과정에서 기술적 미비가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통째로 넘긴 이지원시스템이 소스코드 형태로 돼 있기 때문에 이를 복구해 재구동한다면 회의록을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 관계자는 “여야 열람위원 10명이 이틀이나 검색했는데 오늘 현재까지 못 찾았다. 안 나올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겠느냐”라며 “내일부터는 노 전 대통령 측이 폐기했나,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이 폐기했느냐 하는 골치 아픈 공방이 시작될 것 같다”고 말했다.

민동용·황승택 기자 mindy@donga.com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회의록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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