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노의 음식이야기]<105>칠면조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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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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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 대신 닭”… 美이민자들 거위 대신에 먹어

미국의 추수감사절은 11월 마지막 목요일이다. 올해는 24일이다. 서양, 특히 미국에서는 추수감사절이나 크리스마스가 되면 온 가족이 모여 칠면조구이를 먹는 전통이 있다.

상식적으로는 미국에 도착한 청교도가 최초의 추수를 감사하며 당시 흔했던 칠면조를 잡아서 요리한 것이 시초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추수감사절에 칠면조 요리를 한 것은 미국이 처음이 아니다. 닭이 없어서 대용품으로 칠면조구이를 했던 것도 아니다.

유럽에서는 전통적으로 추수감사절이나 성탄절이면 커다란 철새를 잡아 요리를 했다. 16, 17세기에는 주로 백조, 왜가리, 칠면조, 거위 등으로 구이를 했다. 귀족과 부자들은 주로 백조나 왜가리, 칠면조구이 등으로 만찬을 즐겼고 서민들은 거위, 그것도 아니면 닭으로 구이를 했다.

현대를 사는 동양인의 시각에서는 다소 엽기적으로 느껴지지만 유럽인들이 닭이 아닌 커다란 철새를 추수감사절 만찬 요리로 삼은 데는 나름 이유가 있다.

고대 유럽에서 철새는 계절의 변화에 따라 생장을 거듭하는 식물의 신에게 바치는 제물이었다고 한다. 계절에 따라 지역을 오가는 철새였던 야생 기러기를 길들여 가축으로 키운 새가 거위다. 그렇기 때문에 계절의 변화와 관련된 고대 서양의 명절이나 축제에는 거위를 주로 요리했다. 귀족들은 이보다 더 크고 야생인 백조, 왜가리 등을 사냥해 요리해 먹었다.

철새도 아니고 게다가 신대륙 아메리카가 원산지인 칠면조가 유럽의 추수감사절 음식이 된 것은 순전히 착각 때문이다.

칠면조가 처음 유럽에 전해진 것은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1520년 전후 스페인을 통해서였다. 빠른 속도로 유럽에 퍼지면서 식탁에 요리로 올라왔는데, 이는 당시 유럽인들이 평소에 먹던 조류와 같은 종류라고 생각해 거부감을 느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칠면조를 처음 본 영국인들은 자신들이 터키(turkey)라고 부르던 아프리카 원산의 호로새와 같은 종류의 새로 이를 혼동했다. 때문에 추수감사절 식탁에 호로새 대신 칠면조가 오른 것이다. 이름도 호로새를 대신해 터키라고 부르게 됐다. 참고로 호로새가 터키로 불렸던 이유는 터키를 통해 영국에 전해졌을 뿐 아니라 당시 터키는 낯설고 이국적인 것을 표현하는 단어였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칠면조가 추수감사절 요리에 등장한 것은 16세기 중반이다. 반면 청교도들이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미국에 도착한 것은 1620년으로, 이듬해 처음 칠면조를 요리해 추수감사절 예배를 드린다. 유럽보다도 70∼80년이 지난 후의 일이다.

미국에 정착한 청교도들이 거위 대신 칠면조를 요리한 것은 칠면조가 더 흔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꿩 대신 닭’이라고 하는데 거위 대신에 부자들이 먹었던 칠면조가 더 많았으니 당연히 거위구이 대신에 칠면조구이를 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칠면조에 관한 기록은 조선 후기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에 나온다. 벨기에 태생의 선교사 남회인(南懷仁)이 쓴 ‘곤여외기(坤輿外紀)’를 인용해 칠면조는 거위처럼 큰 새로 깃털이 화려하며 맛이 아주 좋다고 적었다. 또 입술에 코가 달렸는데 코끼리 코와 같아서 자유자재로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한다고 표현했으니 첫인상이 특이했던 모양이다.

<음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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