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하얼빈 도착한 날, 北 TV ‘안중근’ 방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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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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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배웅하는 중국측 인사들 28일 밤 중국 창춘역에서 중국 측 인사로 보이는 남성들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탄 열차를 향해 손을 흔들어 작별인사를 하고 있다. 창춘=교도 연합뉴스
김정일 배웅하는 중국측 인사들 28일 밤 중국 창춘역에서 중국 측 인사로 보이는 남성들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탄 열차를 향해 손을 흔들어 작별인사를 하고 있다. 창춘=교도 연합뉴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9일 귀국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창춘(長春)에서 북쪽에 있는 헤이룽장(黑龍江) 성 하얼빈(哈爾濱)에서 방중 행보를 이어갔다. 특히 김 위원장은 이곳에서도 김일성 주석의 항일운동 유적지를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26일 지린(吉林) 성 지린 시의 김 주석 모교인 위원(毓文) 중학교와 항일유적지인 베이산(北山) 공원을 찾은 데 이은 것이다. 이로 미뤄 김 위원장은 3남인 김정은을 후계자로 공식화할 다음 달 초순 조선노동당 대표자회를 앞두고 ‘성지순례’ 차원에서 동북지방을 돌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 하얼빈은 김일성 주석의 항일운동 거점

특히 하얼빈은 김 주석이 일제강점기 빨치산운동을 펼칠 거점으로 생각했던 곳이다. 1927년 8월 조선공산주의 혁명동맹이라는 조직을 만든 혁명동지 김혁이 하얼빈에서 빨치산운동을 벌이다가 일본 경찰에 체포됐다. 이에 김 주석은 하얼빈에 한 달간 머물면서 김혁 체포 경위를 파악하는 한편 직접 조직활동에 참가하기도 했다. 김혁은 김일성을 찬양하는 첫 혁명송가를 지었다. 김 주석은 김혁이 사망한 뒤 혁명 1세대의 표상으로 치켜세웠으며 1964년 중국 방문 당시 하얼빈을 찾아 김혁의 혁명 유적지를 둘러보기도 했다.

한편 북한 조선중앙TV가 이날 밤 ‘안중근 이등박문(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을 쏘다’를 방영해 눈길을 끈다. 이 영화는 북한 조선영화촬영소가 1979년 제작한 2부작으로 안 의사의 반일 애국사상과 이토 히로부미로 상징되는 일제의 침략 본성을 잘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영화광’인 김 위원장이 영화 제작에 직접 간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날 영화 상영은 29일이 한일병합조약 공포 100년이라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이지만 김 위원장의 하얼빈 방문 의미와도 관련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일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항일의 도시인 하얼빈을 방문함으로써 항일 빨치산 활동을 하던 이른바 ‘혁명 1세대’의 계승을 의미하는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김 위원장이 김정은과 함께 동북 3성의 항일혁명 유적지를 차례로 답사하고 있는 것은 내달 초순 당 대표자회를 앞두고 3대 세습의 명분 쌓기를 위한 ‘혁명 정통성’ 확보 노력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 향후 행보는

김 위원장이 이르면 30일 무단장(牡丹江)과 투먼(圖們)을 거쳐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무단장에서는 혁명유적지 시찰이 이뤄질지 관심이다. 무단장 징보후(鏡泊湖)에는 1930년대 말 김 주석이 일본 군대에 쫓길 때 그를 건너게 해줘 목숨을 구한 배가 보관되어 있다. 김 위원장이 투먼을 거쳐 훈춘(琿春) 변경무역지대를 시찰한 후 나진선봉으로 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옌지=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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