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총리 ‘강제병합 100년’ 담화]기반약한 간 정권 ‘성의’는 일단 표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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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관계 내달 방위백서 발표가 고비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가 10일 발표한 담화는 새로운 한일 미래관계를 위한 일본판 반성문에 해당한다. 이번 담화는 한국만을 대상으로 한 최초의 총리 담화인 데다 병합조약과 식민지배의 강제성을 간접적으로 시사해 과거보다는 진일보한 반성의 뜻을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강제병합조약의 불법성과 이 조약이 원천무효라고 인정할 것을 요구하는 한국 국민과 양국 지식인의 기대에는 크게 못 미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일본군위안부와 강제징용자에 대한 문제인식과 보상에 대한 언급을 담지 않은 한계도 드러났다. 이 때문에 일본이 강제병합조약 100년이라는 전환기를 통해 과거사의 질곡을 털어낼 ‘기회’를 놓쳤다는 평가도 나온다.

장기적으로는 간 총리의 식민지배 사과와 조선왕실의궤 반환 등의 성의 표시가 새로운 한일관계 개선의 실마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입지가 취약한 일본 민주당 정권이 국내 보수세력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에서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국내적으로 취약한 간 나오토 정권이 성의를 표시한 만큼 한국이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 민주당 정권이 다시 일본 국민을 설득해 과거사 문제에 진전을 가져오는 상승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진정한 한일관계 개선의 앞길에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지뢰밭이 깔려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정부 당국자는 “과거사 진전과 해결을 위해 일본 정부가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며 교과서 왜곡, 일본군위안부 및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 일본 관리들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외국인 참정권 문제 해결 등에 대한 일본 정부의 태도 변화 노력을 촉구했다.

당장 첫 고비는 9월이다. 독도를 일본의 영토로 명기한 일본 방위백서가 발표되면 한일 간의 감정적인 대결구도가 다시 형성될 수 있다. 다만 한일 외교당국이 성의 있는 대화를 통해 이 고비를 지혜롭게 넘기면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을 통해 양국 정상이 1998년 한일 공동선언을 뛰어넘는 새로운 한일관계를 써 나갈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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