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재 풀 ‘北 핵포기 진정성’ 지표는 “영변 핵시설 동결 - NPT 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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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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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찾은 아인혼 방한한 로버트 아인혼 미국 국무부 대북제재 조정관(왼쪽)이 3일 국회로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를 방문해 대북제재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박 원내대표가 2000년 10월 평양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미 국무장관이 건배하는 장면을 찍은 사진을 들어 보이고 있다. 아인혼 조정관은 당시 국무부 군축담당 차관보로 올브라이트 전 장관을 수행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민주당 찾은 아인혼 방한한 로버트 아인혼 미국 국무부 대북제재 조정관(왼쪽)이 3일 국회로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를 방문해 대북제재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박 원내대표가 2000년 10월 평양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미 국무장관이 건배하는 장면을 찍은 사진을 들어 보이고 있다. 아인혼 조정관은 당시 국무부 군축담당 차관보로 올브라이트 전 장관을 수행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로버트 아인혼 미국 국무부 대북제재 조정관은 대북 금융제재의 틀을 밝힌 2일 기자회견에서 “회담을 위한 회담엔 관심 없다. 북한이 회담에서 약속하고 이를 저버리는 사이클을 되풀이할 수 없다”며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지키겠다는 진실성을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보여야 6자회담도 재개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 당국자들은 3일 북한이 보여야 할 실질적인 비핵화 의지의 지표로 ‘영변 핵시설에 대한 비가역적인 동결 프로세스로의 복귀’를 우선적으로 꼽았다. 북한이 2007년 2·13합의에 따라 시작했던 영변 5MW 원자로 등 핵시설 불능화 프로세스로 돌아가 핵동결을 다시 시작한다면 한국과 미국도 6자회담 재개를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핵확산금지조약(NPT) 복귀 천명도 지표로 거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당국자들은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는 비핵화 의지의 지표를 미리 특정하지 않고 북한의 태도를 지켜본 뒤 진정성이 있는지를 판단하겠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비핵화 의지의 구체적 지표를 미리 제시하면 북한이 이를 악용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북한이 천안함 폭침사건에 대한 명시적인 시인과 사과를 하지 않더라도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진정성 있는 태도 변화가 있다고 판단되면 6자회담 재개를 검토할 수 있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부 당국자는 3일 “미국 정부는 아인혼 조정관이 중국을 방문하는 이달 말 이전인 2, 3주 뒤에 북한의 불법활동 관련 블랙리스트를 관보에 발표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미국 정보기관들이 불법활동에 연루된 북한 기관, 기업, 개인의 리스트를 종합하고 있으며 리스트 등재 내용에는 이들의 불법계좌도 포함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미 행정부가 대북제재 최종안을 마련하면서 깊이 고민하는 사안 중 하나는 ‘북한 외교관의 면책특권을 어떻게 제한할 것이냐’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관 면책특권은 ‘외교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 29조에 규정된 내용으로 이는 국제법으로 준수돼야 하는 사안이다. 따라서 미국이 대북제재를 규정한 행정명령을 만든다고 해도 이를 통해 국제법적 특권을 제한하기는 어렵다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물론 마약 밀수 등 불법행위에 관련된 외교관에게는 제3국이 ‘기피인물(Persona non grata)’로 지정해 추방할 수 있다. 하지만 사치품 거래 등의 이유로 북한 외교관을 추방하는 것은 국제적 논란을 낳을 수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북한 외교관 면책특권 문제를 행정명령에 포함시키지 않고 다른 형식의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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