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1년? 골프 인생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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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3일 17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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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 복귀 시나리오
3개월-마음 추스릴 시간 충분
1년-언론의 역할 따라 가변적
어설픈 복귀땐 몰락은 불보듯

타이거우즈
타이거우즈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34·미국)가 ‘불륜의 덫’에 걸려 하루아침에 밑바닥 인생으로 전락했다. 그동안 필드에서 어떤 어려운 장애물이나 해저드도 헤쳐 나갔지만 스캔들이라는 벙커에는 우즈도 속수무책이었다.

우즈의 몰락은 한편의 막장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1996년 8월. 전 세계 골프계의 주목을 받으며 데뷔한 우즈는 이후 13년 동안을 폭주기관차처럼 달려왔다. 상금으로만 1억 달러 이상 벌었고, 통산 71승, 메이저 대회 14승 등 엄청난 기록을 세우며 2000년대 최고의 골프스타가 됐다.

그러나 지난달 말 급작스럽게 터진 불륜 스캔들로 그동안 쌓아온 이미지에 금이 갔다. 처음에는 일부 타블로이드 언론의 흠집 내기 정도로 여겨졌지만, 지난 달 28일(이하 한국시간) 자신의 올랜도 집 근처에서 의문의 교통사고를 내고, 이후 쉼 없이 터진 불륜 소식에 골프계는 물론 전 세계 스포츠계가 충격에 빠졌다.

언론의 불륜 보도에 침묵으로 일관하던 우즈는 12일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골프를 무기한 쉬겠다”고 밝혔다.

모든 사실을 인정한 셈이다. “자아를 깊이 성찰한 끝에 프로골프 생활에서 물러나 기간을 정하지 않고 쉬기로 결심했다. 더 나은 남편, 더 나은 아빠, 더 나은 인간이 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우즈는 거창하게 말했다.

우즈가 ‘골프 중단’이라는 결정을 내린 건 그가 가진 모든 것은 포기하겠다는 뜻과 같다. 최선의 방법이자 가장 충격적인 방법이다.

언제 돌아올 것인지에 대한 언급은 없다. 우즈로서는 여러 가지를 판단한 배수의 진이자 전략적인 후퇴다. 일단 소나기는 피한 뒤 쉽게 달아올랐다가 쉽게 잊어버리고 마는 대중의 짧은 기억력을 기대하고 있다.

얼마나 오랜 기간 동안 우즈가 자숙할지 예상하긴 힘들다. 짧게는 3~4개월, 길게는 1년 이상이 될 수도 있다. 가장 빠른 복귀 시나리오는 마스터스 이전이다. 3개월 정도면 마음을 추스르고 주변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다.

그러나 아직 대중의 저급한 호기심은 왕성하고 타블로이드 지에 떠들 사람들은 많고 그들의 입막음에도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3개월은 짧다.

최악의 경우엔 1년의 시간도 부족할 수 있다. 매스컴의 지나친 폭로에 대한 동정심을 유발한 뒤 사람들의 우즈를 다시 찾을 때 나타나면 된다.

어차피 우즈가 없는 PGA 투어는 버디 없는 골프나 마찬가지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보다 완벽한 모습이 아니고서는 섣불리 필드 복귀를 선언할 수 없다. 우즈는 지난해 부상 후 8개월을 쉰 뒤 올 초 필드에 복귀했다. 그러나 예전처럼 강인한 인상을 심어주지는 못했다.

만약 필드 복귀 뒤 올해처럼 밋밋한 성적을 낼 경우 우즈의 몰락은 더 치명적일 수 있다.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모습보다 더 강한 이미지를 심어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우즈의 골프인생은 이대로 끝을 맺을 수도 있다. 1년이든, 2년이든 완벽한 모습을 갖춘 뒤 필드로 돌아와야 한다.

우즈의 선택에 대해 PGA 투어와 스폰서들은 그의 의견을 존중하기로 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우즈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고 현재로서는 우즈를 대체할 스타가 없기 때문이다.

우즈는 여전히 금세기 최고의 골프스타다. 그러나 후대에 벤 호건이나 잭 니클로스 처럼 가장 존경받는 골프스타로 기억되기는 어려워졌다. 불륜 스캔들은 그에게 영원히 치유되지 않을 흠집을 남겼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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