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지사-훈포장 받은 인사 대거 포함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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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훈포장 취소 안될 것”

정부 기관인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의 친일행위자 명단에 훈·포장을 받은 이들이 대거 포함되면서 국가로부터 불명예와 명예를 동시에 안게 된 이들이 나오는 모순적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군 장성 중에서는 고(故) 이응준 이종찬 장군과 백선엽 장군이 포함됐다. 이응준 장군은 초대 육군참모총장을 지냈으며 태극무공훈장과 1등 보국훈장을 받았다. 백 장군도 최초의 한국군 4성 장군으로 태극무공훈장 을지무공훈장 충무무공훈장을 받았다. 정부는 2010년 6·25전쟁 발발 60주년을 맞아 백 장군을 명예 육군 원수(5성 장군)로 추대할 계획도 갖고 있다. 이 장군과 백 장군 측은 규명위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육군참모총장과 국방부 장관을 지낸 이종찬 장군도 을지무공훈장 보국훈장을 받았지만 이번 명단에 포함됐다.

종교계에서는 대한민국 국민훈장을 받은 천주교 고 노기남 대주교가 포함됐다. 노 대주교는 프랑스 최고문화훈장과 이탈리아 문화훈장도 받았다. 김수환 추기경은 생전에 노 대주교가 친일명단에 거론되는 것에 대해 “단순히 그런 것(국민정신총동원 천주교연맹 이사직을 맡은 일)을 보고 친일이라고 판단을 내리는 것은 너무나 가벼운 행동이며 그런 어른에 대한 모독”이라고 말했다.

문화 교육계도 훈장을 받은 이들이 다수 포함됐다. 문화계 인물 중에서는 미당 서정주가 문화사적 위업과 근대문학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금관문화훈장을, 극작가 유치진은 문화훈장을 받았다. 미당의 제자인 윤재웅 동국대 교수는 “민족사상을 고취했다는 이유로 일제 경찰에 잡혀 고문과 구타를 당하는 등 저항한 내용은 전혀 반영하지 않고 그 반대 사례들만 이용했다”고 말했다.

고 배상명 상명여사대(현 상명대) 전 이사장은 문화훈장 국민장과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고 송금선 덕성학원 전 이사장도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다.

국가 훈·포장을 관리하는 행정안전부는 “국가에 뚜렷한 공적이 있어 훈·포장을 받은 분들의 친일 여부가 훈·포장 수상에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공적 내용이 허위라야 취소 여부가 검토될 뿐 (친일 등) 다른 잘못이 직접적으로 훈·포장 취소 검토 사유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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