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서정보]뛰어가는 외국 신문, 발목 묶인 한국 신문

  • 입력 2006년 6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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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이 어떻게 디지털 환경에 적응해 젊은이들을 독자로 끌어들일 수 있을까.’

5∼7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세계신문협회(WAN) 총회에 참석한 110개국 1700여 명의 언론인은 이 화두를 놓고 고민했다. 로이터통신의 딘 라이트 독자서비스 국제센터장은 “신문 사업을 하기에 지금만큼 좋은 때는 없다”고 말했다. 인터넷 등 디지털 뉴미디어와 결합해 다양한 뉴스를 제공한다면 신문위기설은 기우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새로운 시도와 성공 사례도 많이 소개됐다. 워싱턴포스트는 올해 온-오프라인 통합 뉴스룸을 만들어 디지털 세대의 입맛에 맞는 기사를 제공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4월부터 홈페이지에 동영상을 제공하는 데 이어 올여름 ‘마이 타임스’라는 독자별 맞춤형 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한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의 ‘블루프턴 투데이’는 지역사회와 밀착한 인터넷 기사로 성공했고, 브라질의 지역신문 ‘제로 오라’는 구독자의 42%가 30대 미만이다. 다양한 시도를 통해 ‘신문 읽는 시민’들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모스크바에서 바라보는 국내 언론 환경은 이런 세계적 조류에서 멀어도 한참 멀어 보인다. 디지털 환경으로의 이행은커녕 참여정부가 제정한 신문법 언론중재법의 위헌적인 규제 조항들에 발목이 잡혀 있기 때문이다.

이번 총회에선 여론 형성 주체가 신문 등 전통적인 매체 외에 인터넷신문 블로그 시민저널리즘으로 다양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참여정부는 마치 신문만이 여론의 독점 공급자인 것처럼 호도하고 메이저 신문의 시장점유율을 떨어뜨려야 여론의 다양성이 생긴다는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

총회에선 인터넷은 물론 휴대전화, 아이팟, 휴대용 게임기까지 뉴스의 통로가 된 사례가 발표됐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종이신문의 배달 시스템을 개선해야 신문 산업의 경쟁력이 높아진다며 신문유통원 운영에 국고 수천억 원을 쓸 계획이다.

정부는 신문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신문법을 제정했다고 주장하지만 한국 신문들이 시대 변화에 뒤떨어진 이런 법 테두리 안에 갇혀 있는 한 갈수록 세계적인 변화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 갈 길은 먼데 이중삼중으로 발이 묶인 한국 신문업계의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이 총회 내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모스크바에서

서정보 문화부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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