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생-故이오덕씨 편지글 책으로 나와

입력 2003-11-11 18:39수정 2009-09-28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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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78세의 나이로 타계한 아동문학가 겸 ‘말글살이 연구가’ 이오덕씨와 동화 ‘몽실언니’ ‘강아지똥’ 등의 작가인 아동문학가 권정생씨(66). 두 사람이 나눈 정신적 교류의 기록이 책 ‘살구꽃 봉오리를 보니 눈물이 납니다’(한길사)로 엮여져 나왔다. 1973년부터 86년까지 두 사람이 주고받은 편지 중 이씨가 모아두었던 일부를 묶은 것이다.

처음 두 사람이 편지교환을 시작했던 시절 이씨는 경북 문경에서 교사로 재직 중이었고, 안동에서 교회 종지기를 하던 권씨는 결핵에 걸린 몸을 추슬러가며 동화를 쓰고 있었다. 일간지 신춘문예에 당선된 권씨의 글을 본 이씨가 먼저 편지를 보내왔다.

“권 선생님, 우리 아동문학은 왜 성인문학의 흉내를 내려고 하는가요, (…) 성인문학지 한 귀퉁이에 작품이 실리는 것을 영광으로 알게 되었으니 실로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오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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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동문학도 온 생애를 바쳐 쓸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권정생)

소박하면서 꾸밈없는 두 사람의 편지는 현대문명의 위기, 자연과 노동이 주는 행복, 아동문학계의 현실, 개인적인 아픔과 즐거움의 고백을 넘나든다.

74년 이씨가 권씨에게 쓴 편지글 한 대목, “선생님의 어려운 형편을 생각지도 않고 지내온 것이 죄스럽습니다. 우편환으로 칠천원을 부쳐 드립니다”는 당시 어떤 사연이 배경에 있었는지 궁금하다. 새 동화책 제목을 두고 ‘강아지똥’과 ‘금복이네 자두나무’ ‘깜둥 바가지 아줌마’ 등을 놓고 고민하던 권씨는 이씨와 의논하다 결국 원래 생각대로 제목을 붙인다. 동화 ‘강아지똥’은 그렇게 탄생했다.

요즘도 안동에서 글쓰기에 몰두하고 있는 권씨는 “5년 전쯤 이 선생 댁으로 찾아뵌 것이 생전의 마지막 만남이었다”며 예상보다 빨리 다가온 이별을 아쉬워했다.

책머리에 실린 편지는 이승에서는 다시 답장을 받을 길 없는 권씨가 이씨에게 보낸 마지막 인사다.

“이 다음에 우리도 때가 되면 차례차례 선생님이 걸어가신 그 산길 모퉁이로 돌아가서 거기서 다시 만나 뵙겠습니다. 부디 더 큰 눈을 부릅뜨셔서 이승에 남아 있는 우리들을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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