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문화란 무엇인가'…세계의 지성들 '희망'을 말한다

  • 입력 2003년 8월 29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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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한 해 동안 매일 연속강연으로 진행된 '모든 지식의 대학' 강연장인 에콜 데 보자르는 언제나 지식과 의견을 나누려는 프랑스인들로 가득 찼다. -사진제공 시공사
2000년 한 해 동안 매일 연속강연으로 진행된 '모든 지식의 대학' 강연장인 에콜 데 보자르는 언제나 지식과 의견을 나누려는 프랑스인들로 가득 찼다. -사진제공 시공사
◇문화란 무엇인가 1, 2/이브 미쇼 외 지음 강주헌 옮김/1권 820쪽 2권 636쪽 각권 2만5000원 시공사

2000년을 맞이할 무렵 나라마다 사람마다 제 나름의 방식으로 새천년을 준비했다. 그때 프랑스인들은 ‘그들답게’ 새천년을 맞았다. 2000년 366일(2000년에는 2월이 29일이었음)간 총 366회에 걸쳐 인류가 축적해 온 모든 지식을 돌아보며 점검하고 새 천년을 대비하기 위한 연속강좌를 기획한 것이다.

기획의 총책임을 맡은 철학자 겸 예술평론가인 이브 미쇼(전 에콜 데 보자르 학장)는 18세기의 계몽사상가들이 지식의 특권화에 반대하며 백과사전을 편찬했던 정신을 되살려 ‘지식의 대중화’ 작업을 시도한다는 사명감으로 이 사업을 추진했다.

이 기획의 이름은 ‘모든 지식의 대학’. 6개월 동안의 설문조사를 토대로 366개 주제를 선정해 6개의 대주제로 분류했다. 대주제는 ‘생명이란 무엇인가’ ‘인간이란 무엇인가’ ‘사회란 무엇인가’ ‘기술이란 무엇인가’ ‘우주란 무엇인가’ ‘문화란 무엇인가’.

366개의 주제에 대해 각 분야 최고의 전문가에게 강연이 맡겨졌고, 강사와 청중은 에콜 데 보자르(국립공예학교) 등에서 하루에 한 가지의 주제를 놓고 그 주제가 현재와 미래에 어떤 파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 논쟁하며 2000년대의 전망을 찾아나갔다.

2000년 1월 1일 노벨의학상 수상자인 프랑수아 자코브의 강연 ‘생명이란 무엇인가?’를 시작으로 파리에서 연속강좌가 시작됐다. 전국 각지에서 이 강좌를 듣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신문과 방송, 인터넷 등 모든 매체들이 이 강연과 토론을 세상에 전하며 지식의 대중화 작업에 동참했다.

강연이 끝난 후에는 그 내용을 책으로 엮어 더 많은 사람들이 그 지식을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에 번역된 두 권의 책은 전체 강연 중 2000년 10월 24일부터 12월 31일까지 ‘문화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열린 강연 내용을 모은 것이다.

이때의 문화는 일반적인 문화가 아니라 이 강의가 진행되던 2000년 현재 사람들의 삶을 주도한 문화적 흐름들이다. 이런 의미에서 그 내용은 2000년의 문화에 대한 분석인 동시에 이를 기반으로 한 미래 문화의 예측이다.

첫 강의는 영국의 저명한 역사학자인 에릭 홉스봄이 맡았다. 그는 ‘1945년, 무슨 일이 일어났나?’라는 제목으로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전환기 중 하나였던 1945년을 중심으로 세계사의 변화를 이야기했다. 그에 따르면 1945년 이후 세상은 역사상 처음으로 농부가 없는 세계, 80% 이상의 인구가 도시에 모여 사는 세계, 여성 해방의 세계, 과거로부터 물려받은 인간관계가 전복되는 세계로 변해 갔다. 하지만 20세기를 지켜보아 온 이 노(老)역사가는 “현대 사회는 아버지 세대보다 더 많은 사람이 더 많이 교육받고 더 큰 희망을 품고 더 풍요롭게 살아가는 세계”라는 점에서 “과거에 비해 더 좋은 세계”라며 2000년대에 희망의 시선을 던졌다.

이 밖에도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근대 이후 현재까지 이어지는 역사와 함께 인류가 나아갈 미래의 방향을 진단했다. 변해 가고 있는 이슬람, 부활하는 유교, 유럽사가 낳은 파시즘, ‘고결함’으로 포장된 인도주의 등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며 지구촌의 문화를 점검했다.

오랜 시간 영향을 미쳐 온 종교, 새로이 시대를 지배하게 된 각종 이념들, 영향력을 확대해 가고 있는 자연과학, 그리고 다양한 예술과 문화도 ‘문화란 무엇인가’의 영역에 포함됐다.

이 기획의 모든 과정은 바로 민주주의란 것이 인간의 현실에 대한 깊은 성찰과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는 데서 이루어지는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나머지 주제들도 번역 출간될 예정이다.

김형찬기자 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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