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살림지식총서' 우리 시각으로 풀어낸 '인문학 백과'

  • 입력 2003년 6월 27일 17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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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출판사는 최근 국내 필자에 의한 지식 백과사전 구축을 목표로 한 '살림지식총서' 시리즈를 발간하기 시작했다. 김미옥기자 salt@donga.com
살림출판사는 최근 국내 필자에 의한 지식 백과사전 구축을 목표로 한 '살림지식총서' 시리즈를 발간하기 시작했다. 김미옥기자 salt@donga.com

약간의 비약이 될지 모르지만, 현미경과 책은 기능적으로 공통점을 가진다. 하나의 대상을 잘게 쪼개서 샅샅이 살펴볼 수 있다는 점. 전자가 물리적인 관찰을 위한 도구라면 후자는 사물과 사상을 아우르는 폭넓은 분석 도구로의 역할을 한다.

그 내용을 올바로 소화할 지식과 소양만 있다면 책을 통해 들여다보지 못할 것은 없다. 한 가지 예로서, 이라크 침공을 즈음해 국내에서도 미국을 다룬 책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안에 담긴 내용은 제각각이고 저마다 분량도 만만치 않다. 이 중 한 권만 선택한다면 독자는 ‘자기의 취향’에 맞는 미국만을 고르거나, 또는 ‘저자의 취향’에 따른 미국만을 살피게 된다. 여러 권을 찾아 읽고 다양한 미국을 살펴볼 수도 있지만 그러자면 책 읽는 데 들여야 할 시간과 소화해야 할 전문적인 내용에 부담을 느낄 수도 있다.

이런 고민을 덜어줄 수 있는 새로운 기획이 선보였다. 살림출판사가 새로 선보이는 ‘살림지식총서’가 그것이다. 분량(각권 95쪽)이나 가격(각권 3300원)면에서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는 문고본인데 매달 10권씩 발간해 한 해 동안 100권 이상의 문고가 선보일 예정.

처음 발간된 10권의 주제는 ‘미국’. 한 권씩 살펴보면 다양한 스펙트럼을 통해 오늘의 미국에 대한 윤곽을 잡아나가겠다는 의욕을 엿볼 수 있다. 미국이 오늘날의 정치 체제를 만들기까지 보수와 진보의 갈등을 역사적인 관점에서 추적하고(미국의 좌파와 우파·이주영 지음), 영화를 통해 전 세계로 퍼져나가는 미국 문화에 대한 배경을 설명한다(영화로 보는 미국·김성곤). ‘미국 뒤집어보기’(장석정)에서는 ‘자유와 정의라는 인간적인 가치를 표방하는 미국이 끝내 인간성에 반하는 전쟁을 빚어내고 있는’ 모순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고, ‘미국 메모랜덤’(최성일)에서는 미국에 관해 알아두면 유용한 정보를 소개했다.

살림출판사는 앞으로 인류학과 신학, 사회문화, 철학, 과학, 종교를 주제로 각 5권씩 문고본을 발행할 예정. 올해까지는 주제별 연계를 중시하고 내년부터는 책마다 서로 다른 주제를 다루게 된다.

이 시리즈가 ‘지식의 백과사전’을 궁극적 목표로 하면서 ‘국내 필자에 의한’ 인문학 문고를 지향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살림출판사 김훈 기획팀장은 “이미 200명의 필자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그는 “70, 80년대의 문고본이 고전이나 명저에 치우쳐 독자의 관심을 충족시키지 못했고, 90년대 후반 등장한 문고본들은 번역본이 많아 외국 독자 취향이라는 한계가 있었다”며 이 시리즈가 과거 문고본에 대한 복고적 향수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출판사는 앞으로 이 시리즈를 영국의 ‘펭귄 북스’, 프랑스의 ‘크세즈’, 일본의 ‘이와나미 문고’ 같은 문고본으로 키울 계획이다.

이른바 ‘인문학의 위기 현상’을 문고본을 통해 극복해 나간다는 취지가 참신해 보인다. 그러나 이 시리즈의 ‘첫 작품’이나 ‘근간 목록’을 보면 주제 면에서 해외에 치우쳐 있다는 아쉬움이 느껴진다. 미국 시리즈에 이어 ‘신화학’ ‘헬레니즘’ ‘이슬람 문화’ 등이 연이어 나올 예정이지만 한국의 전통 문화에 대한 관심은 최소한 첫 30여권에선 드러나지 않는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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