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퇴계 이황' 외

  • 입력 2003년 1월 24일 18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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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 이황 / 예문동양사상연구원·윤사순 편저

◇남명 조식 / 예문동양사상연구원·오이환 편저

◇율곡 이이 / 예문동양사상연구원·황의동 편저

각권 460∼600쪽 2만∼2만5000원 예문서원

“한국을 대표하는 사상가로서 외래 사상을 추종하는 데 머물지 않고 우리 토양에 맞게 독창적 사상체계를 형성한 인물.”

단순 명료하면서도 사실상 쉽지 않은 기준이다. 동양학 연구자들의 모임인 예문동양사상연구원은 이 기준에 따라 원효, 의천, 지눌, 이황, 조식, 이이, 정제두, 정약용, 최한기, 최제우 등 10명의 사상가를 선정했다. 더 추가해야 할 사람이 있다고 주장하는 이는 있을지 몰라도 이들 10명 중 이 기준에 미달된다고 지적될 사람은 없을 듯하다. 작년 불교 분야에서 ‘원효’ ‘의천’ ‘지눌’이 발간된 데 이어 성리학 분야에서 퇴계 이황(退溪 李滉), 남명 조식(南冥 曺植), 율곡 이이(栗谷 李珥)를 다룬 세 권의 책이 나왔다.

광복 후부터 현재까지 50여년 동안 이뤄진 연구 성과를 정리하고, 각 사상가들의 사상을 가장 잘 드러내는 대표적 논문들을 선정, 수록해 한국철학 연구의 현재 위상과 그 가치를 엿볼 수 있게 했다. 인물에 따라서는 수백 수천 편에 달하는 논문과 연구서의 성과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것도 엄청난 공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거니와, 인물별로 대표적 논문을 10편 내외 선정해 단행본으로 묶어냈다는 것은 정말 보통 일이 아니다.

특히 이번에 발간된 성리학 분야는 한국사상 중에서도 가장 연구성과가 많은 분야다. 주자학을 바탕으로 조선성리학의 심성론(心性論)을 당대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이황, 심성론을 논리적으로 체계화하며 경세사상으로 연결한 이이. 이 두 인물은 조선성리학 최대의 논쟁이었던 사단칠정론(四端七情論)의 주역이었다. 이들의 사상에 대한 정리는 바로 조선성리학의 핵심을 이해하는 첩경이고, 그만큼 쉽지 않은 일이다. 편저자들은 이들의 사상에 대한 심층적 이해를 위해 심성론뿐 아니라 이들의 인간관, 자연관, 학문관, 사회사상 등 이들에 대해 다각적 접근이 가능한 논문들을 선정 수록했다.

조식은 공허한 이론에 치중한다고 비판받기도 하는 성리학을 실천의 영역으로 끌고간 대표적 성리학자다. 이 때문에 이론적 측면에서는 이황이나 이이에 비해 다소 소략하기도 하다. 이런 약점을 가진 그의 사상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그 사상의 핵심을 정리한 글 외에 도교, 불교, 양명학 등과의 비교적 관점에서 접근한 논문들도 수록했다.

조선성리학의 정점에 있었던 세 인물의 사상에 대한 정리를 통해 한국철학에서 한 단계 전진을 기대하는 마음은 연구자 모두의 기대일 것이다.

김형찬기자·철학박사 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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