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꽁꽁'…소비자지수 올 첫 100아래로

  • 입력 2002년 12월 11일 17시 53분


심리적인 차원을 넘어 실제로 소비가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백화점과 재래시장의 매출이 내림세로 돌아섰고 자동차회사들은 연말 할인판매를 시작했다.

11일 산업자원부가 발표한 ‘11월 대형 유통업체 매출동향’에 따르면 백화점 매출은 작년 11월보다 2.9% 줄었다. 또 할인점 매출은 2.4%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백화점 매출 줄었다〓백화점 매출은 9월에 1.4% 감소해 15개월 만에 내림세로 돌아선 뒤 10월에는 6.7% 늘었으나 다시 하락세로 반전했다. 11월 할인점 매출 증가율 2.4%도 10월의 9.6%에 비하면 낮은 수치다.

산자부는 12월에도 백화점 매출이 3.8%가량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또 이달 할인점 매출 증가율은 올 들어 가장 낮은 0.3%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김성환 산자부 유통서비스정보과장은 “유통업체 매출은 내수 경기의 주요 지표 중 하나”라며 “전반적으로 경기를 불안하게 보는 데다 신용불량자에 대한 신용카드 발급 중단까지 겹쳐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된 데 따른 것”이라고 풀이했다.

▽자동차 판매도 썰렁〓자동차 내수시장에도 찬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현대 기아 대우 르노삼성 등 자동차 7개사의 11월말 내수판매는 12만7804대로 10월의 14만4457대보다 11.5%나 줄었다. 간판 자동차회사인 현대차의 11월 판매대수는 5만9540대로 전월보다 12% 감소했다. 이에 따라 르노삼성을 제외한 자동차회사들은 차종에 따라 차값을 최고 120만원까지 깎아주는 연말할인 세일을 시작했다.

중고차 시장은 9월 이후 3개월째 내리막을 달리고 있다. 중고차 경매법인인 서울자동차 경매장의 최근 중고차 출품대수는 하루 500여대로 종전보다 200대가량 줄었고 중고차 판매 가격도 50만원 이상 떨어졌다.

▽재래시장엔 한파(寒波)〓재래시장은 내수경기 급랭에 중국산 싸구려 상품까지 밀려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동대문과 남대문시장 상인들은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 이후 손님이 줄어들기 시작해 연말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올해 봄보다 약 20% 정도 손님이 줄고 매출도 줄었다”며 울상을 지었다.

서울 중구 회현동1가 복합쇼핑몰 ‘메사’ 주차관리사무소 관리인은 “주차 대수는 매장 매출과 직결되는데 올해 초에는 하루 800∼1000대 주차했으나 요즘은 10% 줄어든 700∼900대 선에 그친다”고 전했다.

패션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달 중순부터 매출이 줄어들더니 12월 들어서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40%나 격감했다”며 “내년에는 사업규모를 많이 줄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소비자평가지수도 떨어져〓통계청이 집계하는 것으로 6개월 전과 비교한 소비의욕을 보여주는 소비자평가지수는 10월에 86.8로 올 들어 처음으로 100보다 낮은 수준으로 내려갔다. 이 지수가 100 이하면 의욕이 줄어든 것을 뜻한다. 또 현재와 비교해 6개월 후의 소비의욕을 나타내는 소비자기대지수도 97.1로 역시 올 들어 처음 100 이하로 내려가는 등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

구자룡기자 bonhong@donga.com

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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