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다시 '일본해'라니, 정부는 뭘 했나

  • 입력 2002년 9월 23일 18시 46분


국제수로기구(IHO)가 앞으로 발간될 ‘해양의 세계’ 개정판에서 동해 해역 부분을 백지로 하겠다던 방침을 일방적으로 철회해 동해 표기 바로잡기가 원점으로 돌아갔다. IHO가 회원국들의 의견 수렴도 거치지 않고 이사진 독단으로 중요한 방침을 취소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해양의 세계’는 바다의 명칭과 범위 결정을 위한 중요한 근거로 활용되는 IHO의 간행물이다. 이달 초 취임한 IHO 이사장이 그런 중요한 간행물에 관련된 방침을 서둘러 뒤집은 배경이 석연치 않다. 정부는 회원국 자격을 최대한 활용해 IHO가 국제기구로서의 신뢰성과 연속성에 손상을 끼치는 행동을 한 경위에 대해 반드시 해명을 받아내야 한다.

이와 함께 ‘일본해’ 표기 삭제 직전까지 갔으나 정부가 한순간의 방심으로 일을 망친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정부는 97년 IHO 총회 이후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하는 것에 대한 부당성을 지적하고 해결책으로 동해 일본해 병기(倂記)를 제시했다. IHO가 올 8월 동해 부분을 백지로 하기로 한 것은 일부나마 우리측 주장의 정당성을 인정한 것이다. 문제는 그 이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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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해의 일본해 표기 반발 확산

일본은 끝까지 물고 늘어져 결국 국면을 반전시켰다. 철회 결정을 통보받고 주프랑스대사를 IHO에 급파하는 등 수선을 떠는 우리 외교통상부와는 대조적이다. 작은 성과에 취해 ‘끝내기’를 소홀히 하다 유리했던 대국을 망친 형국이다.

일본의 ‘공작’ 또는 IHO와의 ‘결탁’ 가능성을 거론하며 책임 회피에 급급한 듯한 외교부의 대응 또한 실망스럽다. 로비를 했다 하더라도 일본을 탓하기에 앞서 IHO와 일본의 움직임을 파악하지 못한 우리 외교의 잘못부터 반성해야 옳지 않은가.

동해 표기는 국가적 자존심과 위신에 관한 것이다. 그리고 외교는 그것을 지키기 위해 필요하다. 외교부는 온몸으로 IHO의 부당함을 공박하는 한편 회원국 설득을 통해 ‘일본해가 살아나는 것을 막겠다’는 굳은 각오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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