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팀의 베스트건강법]가톨릭대 성모병원 백혈병치료팀

  • 입력 2002년 5월 26일 17시 59분


성모병원 백혈병치료팀이 환자의 치료방법에 대해회의하고 있다
성모병원 백혈병치료팀이 환자의 치료방법에 대해
회의하고 있다
21일 오후 1시 가톨릭대 여의도 성모병원 내과 외래 진료실 앞, 키가 큰 한 중년남자가 성큼 걸어나왔다. 그는 세계 최초의 ‘미니이식 후 장기이식(본보 5월 2일자 A1면 보도)’으로 새 삶을 찾은 박모씨(54). 언뜻 보기에도 별 문제없이 건강해 보인다.

뒤이어 시술의 주인공인 혈액내과 김동욱 교수가 40여명의 오전 외래환자 진료를 마치고 나오면서 기자를 보자마자 말했다. “밥 빨리 먹을 수 있어요?” 그와의 식사는 구내식당에서 3분 만에 마쳐야 했다.

성모병원 백혈병 치료팀의 의사들에게 ‘여유있는 식사’는 꿈 같은 얘기. 한국 백혈병 환자의 반 이상이 여기서 치료를 받았고 지금도 환자가 밀려들어 도저히 그럴 시간이 없다.

의료계에서는 ‘성모병원 백혈병 치료팀의 역사가 곧 한국 백혈병 치료의 역사’라고 말할 정도다. 이 팀은 ‘한국 최초’의 행진을 이어왔다. 현재 조혈모세포이식센터 소장인 김춘추 교수는 83년 국내 첫 조혈모세포(피를 만드는 세포) 이식에 성공했다. 조혈모세포이식은 항암제로 피를 거의 말리다시피해서 암세포를 죽인 뒤에 다른 사람의 조혈모세포를 이식하는 방법이다.

제자인 김동욱 교수는 95년에 환자의 가족 중에 이식해 줄 사람을 찾을 수 없을 때 다른 사람의 조혈모세포를 이식하는 ‘비(非)혈연간이식’에 최초 성공했다. 또 96년에는 공여자와 환자의 ‘사람백혈구항원(HLA)’이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 이식을 시행했다. 사람의 세포에는 ‘같은 편’임을 나타내는 HLA가 있는데 이것이 다르면 면역계의 공격을 받게 된다. 이전에는 공여자와 환자의 HLA 6쌍이 완전히 일치할 때 하는 ‘동종이식’만 했으나 환자가 급하고 동종의 조혈모세포를 구할 수 없을 때 HLA 2, 3쌍이 달라도 실시하는 ‘이종이식’을 김 교수가 처음 실시한 것이다.

이 팀의 조혈모세포 이식 건수는 연간 250여건. 미국의 MD 앤더슨이나 프레드 허친슨 암 연구소 등에 이어 세계 4위를 기록하고 있다. 백혈병 초기인 경우 조혈모세포 이식을 통한 완치율은 60∼70%. 더 이상 ‘불치병’이 아니다.

특히 김춘추 김동욱 교수는 강남성모병원 외과 김동구 교수와 함께 최근 ‘미니이식후 장기이식’에 성공함으로써 명실공히 세계 최고의 위치를 굳혔다. 김동욱 교수는 “백혈병과 간경변을 동시에 갖고 있던 환자에게 동생에게서 뽑아낸 조혈모세포를 이식, 환자의 면역체계를 동생과 같게 만든 뒤 동생의 간 일부를 이식한 것”이라며 “장기이식 뒤 평생 면역억제제를 먹어야 했던 단점이 극복됐다”고 설명했다. 또 김 교수는 백혈병 치료제인 글리벡의 전문가. 지금은 글리벡에 대해 내성을 보이는 환자가 내성을 극복하도록 하는 연구를 진행중이다.

백혈병은 혈액에 생기는 암이다. 시기에 따라 급성과 만성으로, 타격을 받는 백혈구의 종류에 따라 림프구성과 골수성으로 나뉜다. 성인은 주로 골수성백혈병에 걸리고 소아는 림프구성 백혈병이 많다. 소아과 김학기 교수는 “소아의 백혈병은 80% 이상이 급성림프구성 백혈병”이라며 “이 경우 70% 이상을 항암제만을 사용해 고칠 수 있다”고 말했다.

백혈병의 원인은 95% 이상이 알려져 있지 않다. 방사능이나 중금속 오염이 있을 때 발생한다는 것 정도가 밝혀졌을 뿐. 급성이면 열이나고 피로하며 얼굴이 창백해지고 심하면 구역질 구토 등의 증세가 있지만 만성인 경우는 서서히 진행돼 증세가 별로 없다. 진단은 피검사로 간단히 할 수 있지만 치료는 길고 지루한 ‘인내의 과정’이다.

백혈병 치료에는 시간과 돈이 많이 든다. 그래서 중간에 포기하는 환자도 많다. 김학기 교수는 “환자가 많아 일일이 기억하지는 못해도 오다가 갑자기 안오는 환자는 자꾸 생각이 난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공여자를 찾기 힘들다는 것도 큰 문제. 현재 국내 골수은행에 등록된 사람은 5만명 정도로 일본의 15만명, 대만의 23만명에 비해 턱없이 적다. 더구나 이 중 실제로 기증하는 사람은 20∼30%에 불과하다. 김동욱 교수는 “공여자에게 후유증이 있다는 것은 잘못된 상식“이라며 많은 사람이 사랑을 나누는데 동참하기를 희망했다.

▼백혈병 치료 전국의 명의▼

 이름소속전화
내 과김춘추가톨릭대 성모02-3779-1260
김동욱
민우성
이 석
김희제
김유진
이규형울산대 서울아산02-3010-3201
이제환
김형준전남대062-220-6587
민유홍연세대 신촌세브란스02-361-6040
이홍기성균관대 삼성서울02-3410-6510
김효철아주대031-219-5990
김병국서울대02-760-2211
박선양
윤성수
김열홍고려대 안암02-920-5410
조덕연충남대042-220-7140
손상균경북대053-420-5568
홍대식순천향대 부천032-621-5051
소아과김학기가톨릭대 성모02-3779-1207
조 빈
정낙균
정대철가톨릭대 부평성모032-510-5522
안효섭서울대02-760-3413
신희영
국 훈전남대062-220-6658
서종진울산대 서울아산02-3010-3361
성기웅성균관대 삼성서울02-3410-2260
이영호동아대051-240-5389
김문규아주대031-219-5619
구홍회성균관대 삼성서울02-3410-2260
양창현연세대 영동세브란스02-3497-2390
유철주연세대 신촌세브란스02-361-6160
김흥식계명대 동산053-250-7524
임영탁부산대051-240-7289
서원석순천향대 부천032-621-5401

▼백혈병 치료 명의들

서울아산병원 종양혈액내과의 이규형 교수는 93년 환자의 조혈모세포를 뽑아 깨끗하게 거른 뒤 다시 체내에 넣어주는 자가이식에 처음으로 성공했다.

삼성서울병원 이홍기 교수는 주로 급성 골수성,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을 치료하고 있다. 자가이식은 거부반응이 적고 회복이 빠르지만 재발률이 높은 것이 단점인데 이 교수는 최근 이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서울대병원 소아과 안효섭 교수는 99년 월간 신동아가 선정한 ‘소아과 최고 명의’다. 소아 백혈병 치료의 선두주자로 매년 입원환자 1300여명, 외래환자 4000여명을 진료한다.

같은 과의 신희영 교수는 ‘제대혈 조혈모세포이식’의 권위자로 진료와 연구 외에도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이사, 한국골수은행협회 홍보위원장, 서울대 어린이병원학교 교장 등의 활동으로 백혈병 어린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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