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치동 대기오염 최악

  • 입력 2002년 3월 13일 15시 41분


서울시내 주거지와 도로변 등의 대기 중에서 발암물질인 벤젠과 내분비 교란을 일으킬 수 있는 유해화학물질인 스틸렌이 각각 세계보건기구(WHO) 권고기준과 일본환경기준보다 초과 검출돼 전체적으로 유해물질 오염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는 지난해 처음으로 서울 강남구 대치동과 인천 남구 숭의동(이상 주거지역), 서울역(도로변), 경기 시흥시 정왕동(공단 배후지역), 인천 서구 연희동(매립장 인근지역) 등 5개 지역을 대상으로 벤젠 등 11개 유해물질을 측정한 결과를 13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대치동과 서울역의 대기 중 유해물질 농도가 공단 지역인 시흥보다 오히려 높거나 비슷한 것으로 나타나 서울의 경우 주거지나 도로변 등에 상관없이 유해물질 오염이 심각한 상태인 것으로 풀이됐다.

환경부는 그동안 질소화합물 오존 등의 대기오염 농도를 정기적으로 측정해왔으나 대기 중 유해물질을 측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발암물질은 벤젠의 경우 대치동 2.20ppb(1ppb는 10억분의 1g), 숭의동 1.53ppb, 정왕동 2.57ppb, 서울역 2.22ppb, 연희동 1.45ppb 등으로 5곳 모두 일본의 연간 환경기준 0.85ppb를 초과했다. 측정시기에 따라 대치동의 경우 일본 기준의 5배 가량인 4.27ppb까지 벤젠이 검출되기도 했다.

수지 단열재의 재료로 쓰이는 스틸렌의 경우 대치동의 연평균은 1.76ppb, 정왕동은 1.70ppb으로 WHO 권고기준(1.5ppb/주간)을 초과했으며 했으며 대치동은 최대 3.03ppb까지 검출되기도 했다. 스틸렌은 오래 노출될 경우 현기증 졸음 메스꺼움 등을 유발한다.

유기용제로 쓰이는 톨루엔과 자일렌 등은 미량이 검출되기는 했으나 WHO 권고기준에는 미달했으며 트리클로로에틸렌과 테트라클로로에틸도 각각 0.77∼3.98ppb가 나와 일본 환경기준(34.1ppb/연간)에 크게 미달했다.

이번 조사대상인 11개 유해물질은 모두 휘발성 유기화합물의 일종으로 자동차 배기가스 공장 주유소 등이 주배출원으로 알려졌다. 특히 도로변인 서울역 뿐 아니라 대치동에서까지 유해물질 농도가 높게 나온 것은 서울은 주거지역이라도 자동차 배기가스의 영향을 극심하게 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정성희기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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