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수익률 비교][증권]외국계-강세장, 국내파-약세장서 '펄펄'

  • 입력 2002년 1월 27일 17시 44분


한국의 주식시장에서 외국과 한국의 펀드매니저 중 누가 주식투자를 잘할까. 최근 3년간의 성적표를 보면 강세장에서는 외국인이, 하락장에서는 한국의 펀드매니저가 수익률이 높다.

펀드평가기관인 리퍼코리아에 따르면 한국의 주식에만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32개 외국펀드의 작년 한 해 평균 수익률은 43.4%. 반면 한국의 성장형 펀드 643개의 평균 수익률은 33.2%. 작년 한 해 종합주가지수가 37.5% 오른 것을 감안하면 한국의 펀드매니저들은 종합주가지수(KOSPI)상승에 못 미치는 수익을 거뒀지만 외국펀드는 종합주가지수의 상승률보다 높은 수익을 거뒀다.

종합주가지수가 82.8%나 오른 99년에도 외국펀드는 한국펀드의 수익률(50.1%)보다 훨씬 높은 수익률(89.8%)을 나타냈다.

하락장에서는 한국의 펀드매니저들이 뛰어난 방어능력을 보였다. 종합주가지수가 50.9%나 떨어진 2000년 외국펀드의 평균수익률은 -43.8%. 반면 한국의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38.9%였다.

한국펀드평가 우재룡 사장은 “실력은 큰 차이가 없고 투자스타일의 차이가 강세장과 약세장에서 비교우위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외국펀드는 공격적이다. 고객이 주식투자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고 펀드자금이 장기자금이기 때문. 그러나 한국의 펀드는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형 펀드라도 1년 미만의 단기자금이다. 주가하락시 투자자가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도 많다. 펀드매니저가 보수적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

대한투신운용 이기웅 주식운용본부장은 “외국펀드는 확신만 있으면 장이 좋지 않더라도 주식을 계속 보유할 수 있지만 한국의 펀드매니저는 하락장에서 단기간의 수익률 방어를 위해 주식을 팔아치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투자스타일도 다르다. 제로인의 최상길 이사는 “외국의 펀드매니저는 기업분석을 통한 종목 중심의 장기투자를 하고 한국의 펀드매니저는 투자타이밍을 중시한다”며 “이런 차이가 강세장에서 수익률 격차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한국의 펀드매니저는 펀드 수익률이 종합주가지수의 등락과 거의 유사하도록 종목을 구성한다. 그러나 외국의 펀드는 자신이 믿는 종목을 펀드에 많이 편입시키는 과감한 투자전략을 선택한다.

이병기기자 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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