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고개드는 유동성장세론…지표 안좋은데 주가는 상승

  • 입력 2001년 11월 6일 18시 54분



국내외 경제 지표와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고 기관투자가들이 좀처럼 매수에 가담하지 않는데도 주가는 꾸준히 오르고 있다. 종합주가지수는 지난달 19일부터 13일 동안 하루를 제외하고 계속 올랐다. 오름폭은 8%에 불과하지만 꾸준한 ‘뚜벅이 장세’가 펼쳐지고 있는 것.

원인을 찾던 전문가들은 서서히 ‘유동성 장세’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고 있다. 돈이 몰리면서 상승장이 펼쳐질 때 흔히 유동성 장세라고 표현하지만, 주가가 꺾어지면 즉시 ‘거품주가’로 용어가 바뀐다.

▽정말 유동성 장세인가〓동원경제연구소 김세중연구원은 “‘유동성 보강’이라는 말이 나오지만 실제 그런 움직임은 아직 없다”고 말한다. 9월말 이후 고객예탁금은 7000억원 이상 빠져나갔고 주식형 펀드로의 자금 유입은 미미한 수준이다. 기관도 아직 본격적인 매수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의 주식형 펀드도 최근 2주 연속 순유출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이 “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감이 이끄는 장세”라고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도 이 때문. 김세중연구원은 △연기금의 주식 편입에 대한 기대 △기관의 매수 참여 가능성 △부동자금 증가 등의 기대감이 장세를 이끌고 있다고 지적.

현대증권 한동욱연구원은 외국인의 지속된 매수에 대해 “금리인하로 채권 시장에서 추가 수익을 내기 어렵게 되자 주식의 상대적인 매력도가 높아진 것”이라고 해석했다.

▽과거 유동성 장세는 어떻게 진행됐나〓올해 유동성 장세가 펼쳐진 것은 1∼2월, 4∼5월. 신한증권 박효진연구원은 “미국의 금리 인하와 외국인의 강도 높은 매수, 유동성 보강에 대한 기대감 등이 지금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현대증권 류용석연구원은 20일 이동평균선이 60일 이동평균선을 뚫고 올라가는 ‘중기골드크로스’를 기준으로 올해 유동성 장세를 분석했다.

과거 사례에서 봤을 때 중기골드크로스 발생 이전에는 한국시장이 저평가됐다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외국인의 대규모 순매수가 우선 이뤄졌다. 이에 따라 낙폭이 컸던 종목들이 상승을 이끌었다. 발생 이후에는 가격논리가 희석되면서 실적 호전주들이 부각됐다. 류연구원은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충족되지 못하면서 갑자기 하락세로 돌아선 모습도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본격적인 유동성 장세가 된다면〓전문가들은 유동성 장세 때는 은행 보험 증권 등 금융주에 주목하라고 입을 모았다.

류용석 연구원은 내수 우량주에 주목하라고 조언. 실적이 호전된 금융주와 우량 건설주, 제약주 등과 자동차 통신주 등이 유동성이 보강되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투신증권도 유동성에 바탕을 둔 순환매에 대비해 금융주 제약주 통신주 등 실적호전주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금동근기자>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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