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자립형 사립고 해보지도 않고

  • 입력 2001년 9월 19일 19시 37분


학생선발 등록금 교육과정 등을 자율적으로 정하는 자립형 사립고 도입 방침에 차질이 빚어진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교육인적자원부는 내년부터 전국에 30개 시범학교를 선정해 운영하기로 했으나 서울시교육청이 시범학교를 추천하지 않기로 확정함에 따라 전국적인 실시가 어렵게 됐다. 물론 다른 시도의 참여로 부분적인 실시는 이루어질 것으로 보이나 서울이 빠진 교육정책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서울이 갖는 상징성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은 각계 인사 19명으로 구성된 추천심사위원회의 의견을 존중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지만 처음부터 반대쪽으로 입장을 굳히고 밀어붙인 인상이 짙다. 전면 실시가 아닌 시범 실시이고, 이를 통해 하나의 실험을 해보자는 것에까지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지 못한 서울시교육청의 처사가 답답하기만 하다.

시범 실시란 일단 실시해 효과가 있으면 보완 확대하는 것이고 큰 문제가 드러나면 중단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해보지도 않고 제동만 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의 고교교육은 그동안 많은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랫동안 계속돼온 평준화정책으로 학생들의 학력 저하현상이 심화됐다. 과외가 성행하는 대신 공교육은 무너지고 있다. 중앙집권적인 교육정책으로 학교의 자율성도 크게 손상됐다.

자립형 사립고는 이를 조금이라도 개선해 보기 위해 추진되고 있는 제도다. 그런데도 여건이 성숙되지 않았다며 반대만 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이다.

물론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전국학부모회 등의 지적처럼 또 하나의 입시 준비기관이나 ‘귀족학교’가 될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부작용을 다듬어 나간다면 학교 교육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기대할 수 있고, 다른 학교에도 자극을 줘 경쟁력을 높여갈 수 있다. 우수 교원도 자유롭게 초빙할 수 있다. 엄청난 교육비를 들여 외국으로 떠나는 유학생들을 끌어안을 수도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급박한 일정 등 제반 여건상 내년 시범 실시가 어렵다면 2003년부터라도 실시할 수 있도록 긍정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래서 모든 시도가 참여하는 시범 실시로 확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육 당국과 서울시교육청은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짜내야 할 것이다.

흔히 21세기를 지식기반사회라고 한다. 당연히 교육의 목표도 획일적인 평준화가 아니라 다양성과 경쟁력을 살리는 쪽에 맞춰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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