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남북회담 실천이 중요하다

  • 입력 2001년 9월 17일 18시 31분


제5차 남북한 장관급회담이 3박4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오늘 막을 내릴 예정이지만 이번 회담에서 양측이 합의한 사항들이 앞으로 얼마나 잘 지켜질지 우리는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2월 제3차 이산가족방문단 상호 교환방문 이후 거의 모든 접촉이 중단됐던 남북한 관계를 되돌아보면 합의사항을 지키지 않는 쪽은 북한이다. 그런 북측의 태도에 실망감을 표시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번 회담이 국민에게 새로운 기대를 주면서도 “합의를 해 보았자 뭘 하겠느냐”는 식의 반응을 낳게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예를 들어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이미 작년 6·15 남북정상회담 때 합의된 사항이다. 경의선 철도와 도로 연결 공사를 위한 군사적 보장합의서도 2월 판문점에서 열린 제5차 남북군사실무회담에서 타결됐다. 금강산 육로관광이나 개성공단 문제, 이산가족문제, 임진강수해방지대책 등도 마찬가지다. 남북한이 공식 비공식 접촉을 통해 어떻게 하겠다고 청사진까지 마련한 사항들이다. 그런데도 이 같은 합의사항들이 제대로 이행된 것이 없어 다시 의제로 올랐다.

3월 장관급회담을 돌연 연기한 북측이 이번 5차 장관급회담에 전격적으로 응한 것은 임동원(林東源) 전 통일부장관의 해임 문제를 둘러싼 남한의 정치상황, 북한과 중국 그리고 러시아 정상간의 새로운 북방 3각 관계 결성, 북-미대화 분위기 성숙 등 여러 가지 대내외적인 상황을 고려한 측면이 강하다. 따라서 북측이 정체된 남북한 관계를 우선적으로 복원하려는 순수한 의도보다는 겉 모양새만 갖추면서 형식적 합의사항만 다시 강조할 가능성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다 북측은 비전향장기수 송환 문제를 다시 들고 나왔다. 우리는 비전향장기수가 더 이상 없다는 입장이어서 합의가 어려운 의제를 제기한 셈이다. 또 실질적으로 북한의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는 반(反) 테러선언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남북한 관계의 최대 논란거리가 되고 있는 전력 문제를 집요하게 거론하고 있다. 북측이 이번 회담에 나온 동기가 무엇인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북측이 이번에도 주장했듯이 민족문제를 우리끼리 해결해 나가자면 거창한 합의보다 아무리 작은 합의라도 실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남북간에는 신뢰가 쌓이지 않는다. 서로간에 불신만 키우게 된다. 모처럼 열린 5차 장관급회담의 결말을 주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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