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법원 돈은 지방은행에"…의원30여명 대법원에 건의

  • 입력 2001년 5월 17일 18시 30분


대구 경북 출신 의원 30여명은 지난해 말 ‘경북지역 법원의 보관금과 공탁금은 지역은행인 대구은행이 관리하도록 해 달라’는 건의문을 대법원에 보냈다.

지방은행협의회도 지난해 4월 ‘지방 법원의 돈은 지방 은행으로’라는 취지의 건의문을 전달했다.

전국적으로 4조원 이상의 규모인 법원의 보관금과 공탁금. 그 관리주체를 놓고 벌어진 지방은행들과 대법원의 줄다리기가 한창이다.

지방은행들은 “공탁금과 보관금은 지역 주민들의 피와 땀이 어린 쌈짓돈인 만큼 중앙은행이 관리해 서울로 가져갈 것이 아니라 지방은행이 관리하며 지역 산업자금으로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대법원측은 “오래전부터 자금을 관리해 온 기존 은행들에 하자가 없는 이상 그동안 쌓인 노하우와 신뢰를 저버리고 은행을 바꿀 이유는 없다”고 말한다.

보관금 액수 많은 15개 법원

법원액수은행
서울지법1666억1379만조흥
서울동부지원 578억5326만조흥
서울남부지원1142억5878만조흥
서울북부지원 571억8766만농협
의정부지원1517억8758만조흥
인천지법1562억7998만조흥
수원지법2080억7218만조흥
성남지원 665억8218만한빛
대전지법 446억3508만조흥
천안지원 533억9422만조흥
대구지법1198억4892만조흥
부산지법 637억2863만부산
울산지법 524억2204만조흥
창원지법 510억519만제일
광주지법 727억9204만조흥

▽현황과 쟁점〓 법원 보관금은 민사예납금이나 경매보증금 등 법원이 보관하고 있는 현금. 공탁금은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직접 돈을 갚지 못할 사정이 있을 때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불이익(고리의 연체이자)에서 벗어나려고 법원에 맡기는 돈이다.

대법원장은 시 군 법원 이상 모든 법원마다 특정 금융기관의 지점을 지정해 돈을 맡아 관리토록 하고 있다. 금융기관은 돈을 찾아가는 사람에게 별단예금의 최고이율인 연 2%의 이자만 지급하면 되므로 시중금리와의 차이만큼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문제는 이 돈을 조흥은행이 ‘독식’하고 있다는데 있다. 4월30일 현재 대법원을 제외한 지원 이상 법원 62곳의 보관금 총액은 2조736억여원. 조흥은행은 이중 33개 법원에서 총액의 74%인 1조5286억원을 관리중이다.

공탁금의 경우는 지난해 말 현재 2조2171억원인데 이중 조흥은행이 80%인 1조7735억원을 관리하고 있다. 조흥은행은 시군법원을 포함한 157개 법원중 42개 법원의 지정은행.

조흥은행은 공탁법이 제정된 1958년 서울지법의 공탁금 업무를 맡은 이래 전국 대도시 법원 자금의 관리 업무를 대행해 왔다. 대법원 관계자는 “당시에는 조흥은행이 최고의 우량은행이었고 지방은행을 포함한 다른 은행들은 이 업무를 취급할 의사도 능력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80년대 이후 지방은행을 포함한 다른 시중은행들은 틈만 나면 조흥은행의 ‘독주’에 대해 대법원에 불만을 표시해 왔다.

▽지방의 목소리〓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대구은행측은 “대구 경북지역의 법원 보관금과 공탁금 2600억원을 전액 수신할 경우 중소기업 지원과 서민을 위해 연간 1조원 이상을 지원할 수 있는 부가가치가 창출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지역 금융 관계자들은 “대구경북 지역 경제는 외환위기 이후 경기가 회복되지 않는 등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며 “법원 자금은 시중은행 입장에서는 작지만 대구경제와 대구은행의 입장에서는 지역경제 활성화에 꼭 필요한 자금”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3월1일 신설된 대구지법 가정지원의 보관금 수납은행으로 대구은행을 지정했으나 연간 수신금액은 1200여만원에 불과하다는 것. 특히 대구은행측은 부산은행의 경우 김영삼(金泳三)정부 시절 부산지법의 보관금을 받기 시작했다는 점을 ‘형평성’에 어긋나는 근거로 내세운다.

연간 1500억원의 지역 법원 자금중 100억여원만을 맡고 있는 광주은행과 전북은행, 부산은행 관계자들 역시 비슷한 반응이다.

▽대법원 입장〓 대법원도 조흥은행의 ‘독주’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수신 이자율을 높여 은행의 이익을 줄이는 방안 △은행의 이익을 공익자금으로 회수하는 방안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해 왔다.

그러나 지금 와서 ‘형평성’과 ‘지역발전’을 명분으로 ‘성실한 옛 친구’를 바꾸기는 어렵다는 게 대법원의 기본 입장. 대법원 관계자는 “법원 자금 관리에는 복잡하고 까다로운 장부처리와 전산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이에 대해 조흥은행이 축적된 노하우와 시스템을 구축하고 문제없이 일을 처리해 왔는데 공연히 은행을 바꾸다 국민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한편 조흥은행측은 경쟁 은행들의 비난을 의식, 97년 법률구조공단에 무료법률구조기금 10억원을 내놓는 등 지금까지 70억원을 출연했으며 2000년부터 매년 50억원씩을 출연해 500억원의 기금을 조성키로 했다.

<신석호기자·전주·대구·광주·부산〓김광오·정용균·김 권·조용휘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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