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전문가에게 듣는다]다니엘 유 모건스탠리딘위터증권이사 "증권·은행주 유망"

  • 입력 2001년 3월 5일 10시 49분


"한국경제가 'V'자형으로 회복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2차 유동성 장세'를 확신한다. 상반기중 700포인트를 넘을 것이다. 조정을 받을 때마다 은행 증권주들의 편입비중을 확대해야 한다."

다이엘 유 모건스탠리딘위터증권 이사는 '유동성장세'를 주장해온 대표주자다. 한국정부의 지속적인 유동성공급과 저금리구조 정착으로 시중자금이 증시로 들어올 수밖에 없다는 견해를 피력한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지난해말부터 우량 은행주와 증권주들의 편입비중을 늘리라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증시의 조정을 우량 금융주들을 저가매수하는 기회로 삼으라고 주장한다. 1월달과 같은 '유동성장세'가 올테니 성급히 매도하지 말라고 주문한다.

대다수 외국계증권사들이 '유동성 장세'에 대해 부정적 전망을 내놓은 것과 대조적이다.

유이사가 '유동성 장세'를 주장하는 이면에는 한국경제가 하반기부터 급반등할 것이란 낙관적 전망이 녹아있다. 그는 한국경제가 상반기 2%미만의 성장률을 기록하다가 하반기부터 5%이상 급성장하는 'V'자형 모습을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적어도 한국경제가 올해 4%이상은 성장할 것이란 낙관적 전망을 피력한다.

유 이사는 펜실베니아 대학에서 재무학을 전공한후 주로 외국계증권사에서 금융 애널리스트로 활동했다. 동방페레그린증권과 CLSA증권을 거쳐 지난해초부터 모건스탠리딘위터증권에서 활약중이다.

==최근 증권주와 은행주가 약세를 보이면서 '유동성 장세'가 사실상 끝났다는 주장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유동성 장세'가 끝났다는 주장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동의하지 않는다. 최근 증권주와 은행주들의 조정은 미국의 조기금리 인하가능성이 줄어든데 따른 일시적 하락으로 본다. 여기다 국내증시로 생각보다 자금이 들어오지 않은 것도 이들 금융주들의 하락을 가져왔다. 물론 단기급등한 것도 한몫했다.

그러나 당초 유동성장세를 가져올 것으로 본 요인들은 여전히 유효하다. 시중에 유동성이 넘쳐나고 있다. 물꼬만 터주면 대규모 자금이동이 가능하다고 본다. 여전히 '2차 유동성장세'의 도래를 확신한다."

==1월같은 '유동성장세'를 예상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먼저 한국정부가 유동성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한국정부는 50조원의 2차공적자금 뿐만 아니라 11조원의 통화안정증권의 순상환 등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다. 또한 국고채 발행물량을 축소해 회사채와 주식으로 자금이동을 유도하고 있다. 공급물량축소로 국고채 가격의 상승(국고채 금리하락)을 유도한 후 저수익률에 실망한 자금이 증시로 들어오게끔 투자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은행수신금리의 하락도 개인금융자산의 이동을 가져온다. 개인금융자산 874조원중 88%인 692조원이 저축성 예금이다. 이들 자금은 세후 4%대의 저금리가 지속되면 증시로 이동할 것으로 본다. 앞으로 증시주변에 유동성이 충분히 공급된다는 얘기다. 최근 회사채 발행물량이 급증하는 것도 긍정적인 시각을 갖게 하는 요소다."

==저금리는 증시유입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라고 본다. 경기가 상승세로 돌아서야 기업 부도위험의 감소로 시중자금이 증시로 들어올 것이다.

"맞는 얘기다. 금리가 아무리 낮아도 기업부도 위험이 감소했다는 확신이 서지 않는 한 회사채와 주식으로 자금이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우리도 이점을 충분히 알고 있다.

그럼에도 '유동성 장세'를 주장하는 것은 한국경제가 올해 'V'자형으로 회복할 것이란 확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경제의 회복과 함께 한국경제도 하반기에만 5%이상 성장할 것이다. 이것은 국내기업들의 부도위험이 급격히 줄어든다는 의미다. 그러므로 경기회복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 시중 유동성이 급격히 증시로 들어올 것이다. 개인적으로 경기급락세가 둔화되고 있다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본다."

==모건스탠리딘위터증권 글로벌 리서치팀은 올해 미국경제가 'V'자형이 아니라 'U'자형으로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들 주장대로라면 한국경제도 'U'자형 회복이 예상된다. 한국지사와 미국본사의 경제관이 다르다는 얘기인가.

"그렇다. 우리(한국지사)는 미국경제와 한국경제가 'V'자형으로 회복할 것으로 예상한다. 아시아 태평양담당 투자전략가인 아제이 카푸(Ajay Kapur)의 견해를 채택하고 있다. 이것은 글로벌리서치팀과 다른 견해다.

아시아 태평양국가의 과거 경험을 볼 때 'U'자형이나 'L'자형으로 경기가 회복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실제로 한국의 1월산업생산동향 등이 소폭 상승하는 등 'V'자형 회복을 뒷받침하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만약 우리의 예상과 달리 'U'자형이나 'L'자형으로 회복한다면 이것은 한국증시의 대폭락을 의미한다. 외국인들의 대규모 매도가 있을 것이다. 금융주는 물론 삼성전자나 SK텔레콤 등에 대한 매도공세가 예상된다."

==당신의 예상대로 '2차 유동성 장세'가 온다면 금융주가 가장 유망한가.

"은행주와 증권주가 최대수혜주다. 은행주중에서는 국민은행을 최고 투자유망종목으로 추천한다. 다음이 주택은행과 신한은행, 한미은행과 하나은행 순이다. 증권업종에선 삼성증권을 1순위로 추천하고 있다. 여기다 대우증권, LG투자증권, 굿모닝증권, 대신증권 등에서 하나를 더 투자하라고 권한다. 중소형 증권사는 현시점에서 투자를 권하고 있지 않다."

==국고채 금리(5%대)가 수신금리(6%대)를 밑돌면서 역마진이 발생하고 있다. 앞으로 은행들의 수익성이 심각히 훼손되는 것은 아닌가.

"국고채 금리의 하락으로 은행들이 자산운용에 애로를 겪는 것은 사실이다. 수신금리 인하로 상당수 은행들이 역마진에 시달리고 있다. 그렇지만 이것 때문에 향후 은행의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다.

현재 시중은행의 운용자산중 대출비중이 50%를 넘는다. 대출금리는 금리인하추세속에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얘기다. 또한 회사채 등으로 운용자산을 확대해 나가면 역마진은 해소될 수 있다."

==신용불량자가 240만명을 넘고 가계의 이자상환비율이 12%를 넘고 있다. 그럼에도 시중은행들은 가계대출에 대한 충당금을 전혀 쌓고 있지 않다. 가계대출의 급증은 은행권의 또다른 부담이 되지 않나.

"경기침체와 실업자 증가의 후유증으로 가계대출이 부실자산으로 전락할 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적어도 올해말까지는 가계들이 대출금을 상환할 것으로 본다. 적어도 올연말까지는 가계대출이 부실자산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적다는 얘기다.

그러나 내년 상반기부터는 상황이 달라질 것이다 가계대출중에서 대규모 부실채권이 발생할 것이다. 은행들도 이들 자산에 대해 충당금을 쌓아야 할 것으로 본다. 올해 산업은행이 인수한 투기등급 회사채와 맞물려 한국금융권이 또한번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그러나 하반기부터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된다면 이같은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할 수 있다."

==공적자금 투입으로 시중은행들이 모두 '클린뱅크'로 새롭게 탄생했다고 보는가.

"은행권에서 추가 부실자산이 발생할 가능성은 많이 줄어들었다. 기업구조조정의 성과로 기업부채가 상당규모 줄어들었다. 저금리로 이자비용이 현저히 감소했다. 또한 산업은행을 통한 회사채 인수도 은행의 추가부담을 덜어줬다. 분명 과거보다 진일보한 측면이다. 예전 같았으면 산업은행 몫도 시중은행이 부담했을 것이다. 우리는 이같이 진일보한 점을 높게 평가한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경기회복이 지연되면 가계와 기업부문에서 새로 부실자산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오히려 문제가 증폭돼서 나타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국은 경제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해야 하는 고통스런 작업에 직면할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하반기 경기회복을 전제로 이를 피해 갈 수 있다고 본다."

박영암 <동아닷컴 기자>pya84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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