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타워]외국기업 총공세…국내업체 안방지키기 '비상'

  • 입력 2001년 1월 29일 18시 56분


“바깥(국제시장)에서 밀리고 안방(국내시장)에서 치이고….”

외국계 기업의 한국 진출이 본격화되면서 국내에 뿌리를 둔 ‘토종 기업’들이 안방시장을 지킬 묘안을 짜내느라 비상이 걸렸다.

토종 기업들이 내실 경영으로 몸을 사리는 것과는 달리 외국 기업들은 기술력과 자본력의 우위를 무기로 새해 들어 한국 시장을 더욱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양상. 외국의 ‘글로벌’ 기업과 국내 ‘로컬’ 기업이 한정된 내수시장을 놓고 맞서는 ‘글로컬(glocal) 경쟁’이 연초부터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무시 못할 외국 기업 입김〓지난해 외국인 직접투자 규모는 156억9000만달러로 98년(88억5000만달러)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 돈은 외국계 기업을 새로 만들거나 이미 투자한 기업의 덩치를 키우는 데 쓰인다.

한국외국기업협회에 따르면 한국에 상륙한 외국계 기업은 지난 한해 동안 1000여개가 늘어 8000여개를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기업의 몸집도 불어나 노키아와 모토로라가 99년 매출액 1조원을 넘긴 데 이어 한국바스프와 한국IBM도 올 3월로 끝나는 2000회계 연도 매출액이 1조원을 넘어설 전망.

외국 자본이 외환위기 이후 한국의 유력 기업을 잇달아 인수하면서 외국 기업의 시장 장악력도 커졌다. 초산 폴리우레탄 카본블랙 신문용지 종묘 1회용건전지 등의 업종에서는 외국계 기업의 시장 점유율이 50%를 훌쩍 넘어섰다.

▽외국기업 시장 공략 본격화〓최근 들어 외국 기업의 시장 확대 움직임이 가장 두드러지는 분야는 가전제품. 특히 소니 등 일본 업체들은 99년 수입선 다변화 해제 이후 한국 시장에 대한 탐색을 마치고 올해를 시장 확대의 원년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소니코리아는 올해 광고 홍보 예산을 작년보다 50%이상 늘리고 디지털TV 디지털다기능디스크(DVD)플레이어 디지털캠코더 등 첨단 디지털 제품을 전시 판매하는 전문 매장을 전국에 50개까지 증설키로 했다. JVC코리아가 작년 11월 한국지사를 설립한 데 이어 마쓰시타와 파나소닉도 올 상반기 중 서울사무소를 열거나 한국 영업망을 정비해 시장 확대 경쟁에 뛰어들 태세.

자동차 시장에서는 일본 도요타가 고급 세단 렉서스를 앞세워 부유층 고객을 파고들고 있다. 굴착기 업계에서는 50% 가량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대우종합기계에 볼보기계코리아가 한국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겠다며 도전장을 냈다. 삼성중공업 지게차 부문을 인수한 클라크는 연간 생산 규모를 2만대로 늘려 대우와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다.

▽비상 걸린 국내 업체〓국내업체들은 마케팅과 애프터서비스를 강화하는 것 외에 뾰족한 대응책이 없어 고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일선 대리점에 중산층 이상 고객을 철저히 관리토록 지침을 내려보내는 한편 프로젝션TV와 대형 냉장고 등 값비싼 제품의 판촉에 주력해 고급 브랜드의 매출 비중을 작년 30%에서 올해 중 40%로 높이기로 했다.삼성경제연구소 유용주 수석연구원은 “글로벌 기업의 내수시장 진출은 시대적 대세인만큼 한국 기업들이 경쟁을 통해 기술력을 높이는 기회로 삼아야겠지만 역차별의 소지는 없는지도 정책적으로 따져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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