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Technology]해킹 불구 인터넷은 이미 생활화

  • 입력 2000년 2월 21일 07시 39분


샌디에이고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는 존 타라(45)는 중요한 인터넷 기업 몇 군데가 지난주에 신분과 동기가 밝혀지지 않은 해커들의 공격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자신이 자주 찾는 온라인 포럼에 메시지를 올렸다.

‘이것이 인터넷의 순수성의 종말인가. 해커 몇 명이 언제라도 인터넷에 기반을 둔 경제의 무릎을 꿇게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하는데, 우리가 인터넷 경제로 옮겨갈 수 있을 것인가’가 그 메시지의 내용이었다.

그러나 금요일이 되자 타라는 예전처럼 인터넷으로 주식을 거래하고, 고객들과 하루종일 전자우편을 주고받고, 퇴근하기 전에 교통 상황을 체크하는 생활로 되돌아갔다. 타라는 “만약 이런 일이 더 많이 일어난다면 온라인 거래를 중단할 생각도 있지만, 그런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앞으로 인터넷에 의존하게 될 것이며 그런 추세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해커들의 공격으로 마비되었던 야후, 아마존닷컴, E베이, E*트레이드 같은 유명한 웹사이트들은 겨우 몇 시간만에 복구되었지만, 그 후의 사람들의 반응은 기업과 소비자들이 인터넷에 얼마나 많이 의존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었다.

일부 인터넷 전문가들과 소수의 인터넷 사용자들은 지난주의 사건이 미래를 위한 경보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금은 단순히 작업의 지연과 사람들의 울화를 일으킬 뿐인 단순한 장난이 언젠가는 더 심각하고 광범위한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해커들의 공격으로 인해 온라인 주식 중개회사인 E*트레이드에 접속할 수 없었던 고객들 중 일부는 재정적인 타격을 입기도 했다.

인터넷 사용에 책임을 지는 사람들이라는 이름의 단체를 설립한 로렌 와인스타인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는 잠시 멈춰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최근의 인터넷 기업 붐 때문에 인터넷이 지금까지 사용되었던 예전의 기술과 다르다는 사실에 사람들이 충분히 관심을 쏟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시애틀에서 컴퓨터 공학을 공부하고 있는 유 선은 “인터넷 기업들이 광고비로 엄청난 돈을 낭비하기보다는 보안장치를 개선하는 데 더 많은 돈을 써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인터넷 기업들은 물론 이런 충고를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다. 인터넷을 자주 이용하는 사람들과 기술관련 회사에 투자를 한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지난주에 겪었던 것과 같은 사건을 온라인에서 사업을 하면서 치러야 할 비용의 하나로 간주한다.

그러나 해커들의 공격을 받았던 웹사이트들은 즉시 복구되었고, 이들 회사의 주식 값도 며칠만에 원래대로 회복되었다. 소비자들 역시 온라인 쇼핑을 주저하는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보스턴 컨설팅 그룹에 따르면 현재 전체 소비자 판매 중에서 전자상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앞으로는 인터넷 경제의 비중이 더욱 커질 것이다. 인터넷을 통한 은행 거래는 지난해에 두 배로 늘어났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의 데이비드 피코트는 “우리가 지금까지 겪은 것은 그리 위험한 일들이 아니었다. 가장 위험한 것은 해커들이 기업 대 기업의 거래가 이루어지는 사이트를 공격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이번과 같은 해커들의 공격을 미리 막을 방법이 거의 없다.

전자상거래 기업의 중역들은 보안과 관련된 위험성을 실제 가게에서 물건을 판매하는 소매상인들의 보안 위험성과 비교하곤 한다. 즉 인터넷에서는 가게 문을 하루 종일 열어둘 수 있고, 좀도둑을 걱정할 필요가 없으며, 훨씬 효율적인 경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좀도둑들은 여러 가게를 전전하며 도둑질을 해야 하는 반면 해커들은 인터넷 상점을 공격할 때 한 가지 목표만 겨냥하면 된다. 전문가들은 지난주와 같은 공격이 앞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다. 인터넷의 보안에 원래부터 문제가 있는데다 해커들이 별로 힘들이지 않고 극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http://www.nytimes.com/library/tech/00/02/biztech/articles/13web.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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