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歲暮(세모)

  • 입력 1999년 12월 31일 14시 58분


옛날에는 '五星'이라는 것이 있었다. 일상생활과 밀접한 별 다섯 개를 선정해 그렇게 불렀는데 각기 歲, 火(일명 熒惑星), 金(太白星), 水(辰星), 土(塡星)이 있다.

그 중 歲星에 대한 옛 사람들의 관찰은 재미있다. 이 별은 12년에 하늘을 한바퀴 돈다고 여겨 하늘을 12등분하여 12次라 불렀는데 일년에 1次씩 운행하는 셈이다.

그것은 12년에 한번씩 돌아오는 地支(子 丑 寅 卯 등)와도 합치된다. 그래서 이 별의 위치에 따라 地支를 대응시켜 紀年(기년·해를 기록함)했으므로 '해(年)를 기록하는 별'이라는 뜻에서 歲星이라고 불렀다. 곧 一年과도 같은 뜻으로 사용됐다.

또한 歲星은 五行에서 東方을 상징하며 계절로는 봄, 물질로는 나무(木)에 해당된다고 보았다. 그래서 歲星을 지금은 木星이라고도 한다. 사실 木星의 공전주기가 11.862년임을 볼 때 12년만에 天球를 일주한다고 보았던 옛 사람들의 관측이 얼마나 정확한지 알 수 있다.

暮는 莫(막)에 日이 덧붙여진 모습이다. 莫은 해(日)가 풀밭에 빠져 있는 모습이다. 곧 아득한 지평선 너머로 해가 지고 있음을 뜻한다. 따라서 莫의 본디 뜻은 '日沒'이다.

하지만 후에 莫이 엉뚱하게도 '하지 마라'는 뜻으로 轉用되었기 때문에 본디 뜻을 담을 수 있는 새로운 글자를 만들 필요가 있게 되었다. 그 본디 뜻이란 '해가 지는 것'이었으므로 여기에 다시 해를 뜻하는 '日'자를 덧붙여 지금의 暮자가 다시 만들어진 것이다. 이런 경우를 假借(가차)라고 한다. 자연히 暮의 뜻은 '저물다'가 된다. 歲暮라면 '歲星(木星)이 저문다'가 되어 그 해가 저무는 마지막 시기라는 뜻이다. 送舊迎新하는 때이기도 하다.

鄭錫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478sw@mail.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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