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닥터]엉덩이…인간을 서게 만든 '윗-아랫몸 이음새'

  • 입력 1999년 10월 21일 19시 10분


엉덩이〓궁둥이?

많은 사람들이 같은 말로 알고 있지만 엄연히 다르다. 엉덩이는 허리의 잘룩한 곳에서 허벅지까지의 옆 부분과 허리뒤 바로 아랫부분을, 궁둥이는 주저 앉을 때 바닥에 닿는 부분을 주로 가리킨다. 영어로도 엉덩이는 히프(Hip), 궁둥이는 버톡스(Buttocks)등으로 또렷이 구분된다. 볼기는 엉덩이와 궁둥이에 걸쳐 동그랗게 튀어나온 부분. 따라서 궁둥짝 볼기짝이란 말은 있어도 엉덩짝이란 말은 없다.

‘엉덩잇바람이 나다(신바람나다)’ ‘궁둥이내외(여자가 남자를 마주쳤을 때 살짝 돌아서서 피하는 것)’ 등 엉덩이와 궁둥이는 비유에도 자주 등장하는 말. 공중 앞에서 궁둥이를 보이는 것은 폭소거리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두 부위는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중요한 부위다. 왜 그럴까?

▼구조와 역할

엉덩이와 궁둥이의 지방층 깊숙히 자리잡은 골반은 몸통과 두 다리를 연결해주는 역삼각형의 뼈. 여성의 경우 생식기 전체가 들어있는데다가 임신 때 태아가 들어서기 때문에 남성보다 크며 따라서 엉덩이도 크다. 골반은 척추 무게를 밑에서 받쳐주는 역할도 맡는다.

고관절은 차려 자세 때 주먹이 닿는 곳. 골반과 넓적다리뼈를 이어주는 관절로 몸에서 가장 안정적인 관절이며 어깨관절 다음으로 운동범위가 넓다. 인간의 직립보행은 고관절의 발달 때문에 가능한 것.

한편 궁둥이의 볼록한 모양은 ‘큰볼기근’이라는 근육과 지방 때문.

▼엉덩이

사람들은 여성의 골반이 클수록 아기를 잘 낳는다고 여겼고 어느 정도 사실이기도 하다. 큰 엉덩이는 매력덩어리로 여겨졌다.

이 때문에 여성들은 몇 백년 동안 수난을 겪어야 했다. 유럽에서는 17세기부터 엉덩이선을 강조하기 위해 허리를 학대했다. 금속 성분의 코르셋이 유행, ‘이상적 허리’인 13인치를 향해 조르고 또 졸랐고, 여성들은 내장이 뒤틀려 신음하다가 걸핏하면 사교장에서 졸도하곤 했다.

이 풍습은 20세기 들어 점점 사라졌지만 2차세계 대전 후 ‘뉴룩(New Look)’의 유행으로 잠시 되살아나기도 했다.

하와이의 훌라춤 등 엉덩이를 실룩샐룩 움직이는 춤은 대부분 여성 무용이었고 성과 연관시켜 ‘감상’되기도 했다. 그런데 ‘록큰롤의 황제’ 엘비스 플레슬리가 이 ‘관례’를 깼다. 그는 ‘엘비스 골반’이라고 불린 자신의 골반을 과격하게 흔들며 남성도 엉덩이춤을 출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궁둥이

사람은 영장류 193종 가운데 궁둥이가 튀어나온 유일한 동물. 유인원의 암컷 궁둥이는 보통 때 바싹 말라있다가 배란기에 발갛게 부풀어오를 뿐. 선인들은 길짐승의 궁둥이를 ‘방둥이’라고 불러 궁둥이와 구별했다. 사람의 궁둥이는 직립보행 때문에 발달했다는 것이 정설.

고대 그리스인들은 사람 만의 이 특징에 주목해 궁둥이를 신성하게 여겼다.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 칼리피고스’는 ‘궁둥이가 아름다운 여신’이란 뜻. 고대와 중세 유럽에선 악마는 사람처럼 볼룩한 궁둥이가 없는 대신 그자리에 얼굴이 박혀있다고 여겨졌다. ‘내 궁둥이에 입이나 맞춰라(Kiss My Ass)’는 영어 욕설은 여기에서 유래한 말.

한편 이들은 악마가 왔을 때 궁둥이를 보이면 악마가 수치스러워 물러난다고 여겼다. 종교개혁을 이끈 마르틴 루터(1483∼1546)도 악몽에 시달릴 때 이 방어법을 썼다.

당시 독일인들이 천둥이 치거나 폭풍우가 올 때 창이나 문밖으로 궁둥이를 내놓고 악마를 쫓으려 했다는 기록도 있다. 많은 인류학자들은 ‘♡’도 심장이나 가슴이 아니라 궁둥이를 본땄다고 설명.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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