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說'로 정치 하는가

  • 입력 1999년 8월 12일 18시 23분


자고 깨면 ‘설(說)’이다. 비리를 저지른 정치인이나 고위공직자에 대한 내사(內査)내용과 수사계획 등이 ‘사정당국자’ 등의 말을 빌려 연일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실명이 거론되기도 한다. ‘세풍(稅風)’ 자금을 유용했다는 야당의원들의 혐의내용 또한 구체적으로 언론에 오르내린다.

그러나 막상 검찰측은 다른 말을 한다. ‘비리설’에 올랐던 경남 전북 두 도지사에 대해 대검 중수부는 “내사한 사실이 없고 앞으로 수사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소속의원 10여명이 10억원대의 ‘세풍’ 자금을 분산 은닉중이며 또다른 20여명이 대선자금을 유용했다는 ‘설’에 대해서도 검찰의 말은 다르다. “내용이나 대상자, 특히 액수에서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같은 ‘설’들이 어디까지 사실이고 혹은 사실이 아닌지 알지 못한다. 또한 ‘설’들의 상당수가 결국 사실로 밝혀져온 전례에 비추어 솔직히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는 측면도 전적으로 부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요즘 보이는 ‘설’의 남발현상은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심각히 우려된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이러한 ‘설’들이 근본적으로 법의 원칙과 절차의 정당성을 심각히 훼손시킨다는 점이다. 부정부패는 당연히 척결되어야 한다. 특히 정치인이나 고위공직자의 비리는 철저하게 밝혀내고 엄정하게 단죄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그 내용은 혐의가 충분히 입증됐을 때 공표돼야 한다. ‘설’이 먼저 나오고 당사자가 극력 부인하는 가운데 검찰의 말마저 다르다면 공권력은 물론 정부와 정치권 전반에 대한 국민의 불신만 키우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둘째, 현 집권세력측이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설’들을 의도적으로 유포할 개연성이다. 야당이 주장하듯 익명성에 법적 책임이 없는 점을 악용해 상대에 정치적 압박을 가하는 등의 효과를 노리지 않느냐는 것이다. 만의 하나 이러한 ‘정치공작’ 의도가 사실이라면 이는 정치도의 문제를 떠나 현정권의 도덕성에 치명적인 오점이 될 것이다.

셋째, 정치와 공권력에 대한 신뢰상실은 역으로 사회전체에 유언비어와 악성소문을 양산시킬 것이다. 이는 결국 사회불안을 부추길 것이다.

요즘 그렇지 않아도 검찰이 야당의 후원회 계좌까지 마구 뒤진 사실이 밝혀져 정치권의 논란이 한창이고 공권력에 대한 불신감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러한 때에 ‘설’로써 정치를 하려한다는 소리까지 들려서야 되겠는가. ‘정치음모’ 냄새가 나는 ‘설’들은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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