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상이변과 기상예보

동아일보 입력 1998-08-12 19:18수정 2009-09-25 0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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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곳곳이 기상이변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한반도가 물난리로 엄청난 재산과 인명을 잃었고 중국은 양쯔강 범람 위기로 연일 비상이다. 기상이변이 잦아질수록 정확한 예보시스템 확보는 시급한 과제다.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나라 기상당국은 인력과 장비 그리고 기술 등에서 선진국에 비해 크게 열악한 상태다.

수해가 일어날 때마다 기상장비 개선다짐이 입버릇처럼 되풀이되어 왔다. 그러면서도 아직까지 슈퍼컴퓨터 한대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수해 한번에 슈퍼컴 수십대값의 대가를 치르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정부가 이번에 도입을 결정한 것은 늦었으나 다행한 일이다. 계획대로 차질없이 설치하기 바란다. 아울러 기상레이더와 위성의 통합관측 설비도 보강되어야 한다. 이번 호우처럼 비구름의 두께와 바람의 방향이 변화무쌍해 지역적 강수량 편차가 심한 기상상태에서는 더더욱 첨단장비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날씨에 민감한 현대의 각종 산업발전을 위해서도 기상장비 개선은 절대적 과제다.

정부의 기상 전문인력 양성에도 문제가 있다. 통계에 따르면 인구대비 기상 예측관련 직간접 종사자 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과 비교할 때 절반 또는 3분의 1 수준이다. 그나마 순환보직제 때문에 기상분야별 인력의 전문화는 기대할 수 없는 상태라는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사람이 부족하다 보니 날로 발전하는 선진 기술을 도입하기 위한 해외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리 없다. 국제기상기구와의 교류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예보가 빗나갔을 때 쏟아지는 원성에 비하면 기상공무원들의 근무여건은 열악하다. 기상인력을 확충하고 기술개발을 독려하는 것도 정부가 시급히 할 일이다.

기상예보의 전달시스템에도 문제가 있다. 미국에서는 텔레비전 방영중 기상 특이 상황이 발생하면 즉각 흐르는 자막으로 예보가 전해진다. 지역별로 세분화된 이 예보는 상황이 끝날 때까지 한순간도 쉬지 않고 변화과정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수해가 목전에 닥친 후 호들갑스러워지는 우리의 TV속보보다 훨씬 신속하고 실속이 있다. 유사한 규모의 기상재해에서 선진국의 피해가 적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기상청과 방송국의 새로운 예보전달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지구촌의 기상이변은 해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상상하지 못했던 재앙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무비유환(無備有患)을 되풀이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기상예보 체계를 강화하는 계기가 된다면 이번 폭우피해는 값진 교훈이 될 수도 있다. 수해복구에 못지 않게 정부가 서둘러야 할 일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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