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거듭나는 KBS로

  • 입력 1998년 4월 20일 19시 52분


원로 언론인 박권상(朴權相)씨의 한국방송공사(KBS)사장 취임을 계기로 KBS가 진정한 공영방송으로 거듭 태어나야 한다는 기대들이다. 방송계 안팎의 그같은 기대는 신임 박사장이 단순히 원로 언론인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잘 알려진 것처럼 그는 오랜 세월 언론인으로 외길을 걸어오며 갖가지 고초에도 불구하고 언론의 독립과 자율을 위한 소신을 굽힌 적이 없기 때문이다.

신임 박사장은 취임사에서 권력 자본 등 외압으로부터의 독립을 KBS의 첫번째 과제로 내세우며 KBS가 공익프로그램의 공급과 국제통화기금(IMF)체제 극복에 앞장서는 방송이 될 것을 다짐했다. 특히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강조한 것은 종래 KBS가 끊임없이 공공성시비에 휘말려 온 점을 감안할 때 시의적절한 다짐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우리 방송이 ‘땡전뉴스’와 같은 군사정권시대의 권력시녀형 방송제작 형태는 많이 개선했다고 하지만 권력의 눈치보기가 불식됐다고 자신있게 말하기는 어렵다.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방송되는 내용의 공익성 여부다. 솔직히 말해 그동안 KBS는 다른 민간 상업방송과 똑같이 시청률 경쟁에 뛰어들어 선정성과 폭력성 등 방송의 역기능 조장에 일조해 온 것이 사실이다. 박사장이 취임사에서 밝힌 대로 상업채널의 범람은 언뜻 채널의 풍요로움을 가져오는 것 같지만 오히려 저질문화를 확대재생산하는 측면이 있다. 이런 방송 풍토를 바로잡는 것이야말로 KBS가 당장 해야할 초미의 과제다.

KBS가 공영방송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이밖에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우선 ‘공룡’에 비유되는 방만한 조직을 수술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미 노사합의로 마련한 구조조정안이 있지만 조직을 좀더 경량화할 방안은 없는지 제로 베이스에서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전임사장이 제기한 시청료 인상문제도 운영상의 모든 거품을 말끔히 빼내고 구조조정을 완료한 뒤에 생각할 문제다. 본란이 이미 지적했듯이 시청료를 반드시 올려야 한다면 경영의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높여 그 성과를 시청자들에게 알리고 이해를 구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 무엇보다 제대로 된 공영화를 위해서는 차제에 제2채널까지도 광고를 전면 폐지, 광고 없는 방송으로 탈바꿈해야 할 것이다.

신임 박사장은 공영방송의 세계적 모델로 평가받는 영국의 BBC방송에 대해 남다른 이해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임 사장의 취임을 계기로 KBS는 과감한 자기혁신을 통해 국민이 신뢰하는 방송, 세계 방송시장에서 경쟁력있는 방송으로 거듭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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