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흔한 피홈런·BS·패전에 와글와글, 왜? ‘오승환’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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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7월 16일 14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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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오승환. 스포츠동아DB
삼성 오승환. 스포츠동아DB
‘왜냐고? 오승환이니까.’
‘끝판대장’ 오승환(38·삼성 라이온즈)의 페이스가 심상치 않다. 6월 9일 대구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KBO리그 복귀를 신고한 뒤 한 달간 흐름은 괜찮았다. 든든한 삼성 불펜의 화룡점정이었다. 6월 8경기에서 1승4세이브2홀드, 평균자책점(ERA) 2.25를 기록했을 때는 ‘역시 오승환’이라는 찬사가 줄을 이었다. 복귀 후 첫 세이브를 따낸 6월 16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부터 7월 3일 대구 LG 트윈스전까지는 6경기(5.1이닝)에서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았다. 포심패스트볼(포심)의 무브먼트가 전성기에 비해 무뎌졌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연일 좋은 결과를 내니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4경기를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14일 대구 KIA 타이거즈전을 제외한 3경기에서 모두 실점하는 등 1패, ERA 12.46(4.1이닝 6자책점)으로 부진했다. 15일 대구 KIA전에선 2-1로 앞선 8회 등판해 박찬호에게 동점타를 맞고 블론세이브를 기록했고, 2-2 동점이던 9회 최형우에게 결승 3점홈런을 맞아 패전의 멍에까지 썼다.

이 기간 포심의 최고 구속을 살펴보면, 4일 대구 LG전 150㎞, 11일 수원 KT 위즈전과 14일 대구 KIA전 146㎞, 15일 대구 KIA전 147㎞였다. 꾸준히 140㎞대 후반을 찍었으니 구위에 큰 문제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11일 143.1㎞까지 하락했던 포심의 평균 구속도 최근 2경기에선 각각 145.6㎞, 145.4㎞로 회복했다. 그런데 2차례 블론세이브를 범하는 등 결과가 좋지 않으니 자연스레 문제점을 찾게 되는 것이다. 애초부터 성적이 좋지 않았다면 세월이 많이 흘렀다고 치부할 수 있겠지만, 잘 던지다가 갑작스레 실점이 증가하니 더 그렇다.

‘오승환’이라는 이름 석 자의 무게감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데뷔 첫해인 2005년부터 엄청난 퍼포먼스를 뽐내며 대한민국 대표 마무리투수로 자리매김했고, 일본프로야구(NPB·80세이브)와 메이저리그(ML·42세이브)에서도 뒷문을 걸어잠그며 한·미·일 통산 400세이브를 돌파했다. 이 때문에 지금의 부진이 쉽게 와 닿지 않는 측면도 있다.

현역 시절 LG의 뒷문을 지키며 통산 109세이브를 따낸 봉중근 KBSN스포츠 해설위원은 “오승환도 사람이다”는 말로 지금의 상황을 바라봤다. 그는 “(오승환이) 멘탈 측면에선 변한 것이 없을 것”이라면서도 “오승환도 사람이다. 나이가 들면서 젊을 때와 비교해 회복력이 떨어지는 측면은 있을 것이다. ‘오승환이니까’ 구위저하가 더 부각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오승환도 이미 어느 정도의 패턴 변화를 예고한 바 있다. 복귀전을 앞두고 “해외 진출 이전보다는 확실히 변화구 비율이 늘어날 것이고, 포수가 좋은 공 사인을 많이 내줄 것”이라고 밝혔다.

봉 위원은 “과거에는 타자들이 오승환의 이름만 들어도 위압감을 느꼈지만, 이제는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형태를 띠면서 그만큼 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커졌을 것”이라며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들이 여럿 등장하면서 시속 150㎞가 넘는 공도 워낙 많이 상대해봤다. (오승환이) 슬라이더 등의 변화구 구사 비율을 늘린다면, 지금의 포심 구속으로도 충분하다”고 응원 메시지를 보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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