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 토픽] 오심은 늘고 감동은 줄고…거꾸로 가는 K리그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5월 9일 05시 45분


K리그 클래식에서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는 오심 논란은 한국프로축구의 어두운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오심 논란이 빚어진 7일 강원FC-인천 유나이티드전 후반 31분 강원 황진성(왼쪽 3번째)이 페널티킥을 성공시킨 뒤 볼을 들고 하프라인으로 달려가고 있다. 인천은 이 페널티킥이 오심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K리그 클래식에서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는 오심 논란은 한국프로축구의 어두운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오심 논란이 빚어진 7일 강원FC-인천 유나이티드전 후반 31분 강원 황진성(왼쪽 3번째)이 페널티킥을 성공시킨 뒤 볼을 들고 하프라인으로 달려가고 있다. 인천은 이 페널티킥이 오심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강원 홈 첫 승 오심 논란으로 얼룩
승부 영향 치명적 판정 오류 빈번
후반 막판 극장골 감소 ‘설상가상’

“참, 이상하다. 정말 잘하고 있다는데, 또 발전한다는데 와 닿지 않는다.”(축구인 A)

“정말 모르겠다. ‘가해자’는 없고, 모두 ‘피해자’라는 인식을 갖고 있으니….”(축구인 B)

한국축구의 근간인 K리그가 흔들리고 있다. 이쯤 되면 단순히 위태로운 정도가 아니라 중증이다. 거론하기조차 지긋지긋한 고질이 또 불거졌다. 심판 문제다.

주목도가 상대적으로 덜한 챌린지(2부리그)는 둘째로 치고, 최고 무대인 클래식(1부리그)에서만 해도 판정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어쩌다 한 번이라면 심각한 것도, 문제도 아니다. 누구나 실수를 저지르는 법이다. 유럽축구에서도 오심은 꾸준히 나온다. 우리의 클래식은 많이 다르다. 경기 결과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치명적인 ‘오류 판정’이 거듭되고 있다.

7일 평창 알펜시아 스키점핑타워 축구장에서 벌어진 강원FC-인천 유나이티드의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10라운드는 오심으로 사실상 승부가 갈렸다. 1-0으로 앞서던 인천은 후반 31분 주심 C의 핸드볼 파울 선언에 눈물을 쏟았다. 인천 채프만의 팔에 공이 닿은 것은 맞다. 그러나 그 전에 강원 김경중의 팔에 먼저 볼이 닿았다. C는 채프만의 핸드볼만 봤을 뿐, 먼저 핸드볼 반칙을 저지른 장면은 챙기지 못했다. 결국 인천은 페널티킥(PK) 동점골을 내줬고, 후반 추가시간 결승골까지 허용해 1-2로 역전패했다. 2018평창동계올림픽을 위해 올 시즌 모든 홈경기를 평창에서 치르는 강원의 뒤늦은 안방 첫 승은 칭찬과 감동보다는 오심 논란으로 얼룩졌다.

인천 김석현 단장이 7일 강원전에서 1-2로 역전패한 뒤 오심 논란을 낳은 장면들이 담긴 자신의 휴대폰을 취재진에게 보여주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평창 |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인천 김석현 단장이 7일 강원전에서 1-2로 역전패한 뒤 오심 논란을 낳은 장면들이 담긴 자신의 휴대폰을 취재진에게 보여주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평창 |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진짜 문제는 상황만 다를 뿐 매 라운드 판정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더욱이 동일한 심판의 판단 미스가 거듭돼 답답함을 더한다. C는 1일 광주FC-전북현대전에서도 오심을 했다. 엉뚱한 선수에게 경고를 주고, 진짜 파울을 범한 선수에게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FC서울과의 클래식 3라운드 원정경기에서 PK 오심 때문에 역전패했던 광주는 이날 전북전에선 ‘이득’을 봤다. C는 앞서 수원삼성-전북전에서도 전북 이승기의 무릎을 높은 발로 가격한 수원 서정진의 비신사적 파울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서정진에 대한 징계는 공개됐지만, C에 대한 처벌은 알려지지 않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심판 징계를 전부 공개하면 또 다른 논란을 불러올 것”이라는 이해할 수 없는 설명만 반복할 뿐이다. 그저 ‘제 식구 감싸기’라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 이유다.

설상가상으로 올해 K리그에선 ‘짜릿한 감동’마저 많이 줄었다. 일명 ‘극장골’로 불리는 후반 막판 득점이 적지 않지만, 흥미는 덜하다. 후반 41분 이후의 득점으로 승점을 확보한 경우(무승부 포함)가 지난 시즌 같은 기간(10라운드 기준)과 비교해 감소했다. 올해는 10경기, 지난해는 14경기다. 후반 추가시간 골로 승패가 바뀌거나 승점을 챙긴 횟수도 줄었다. 올해는 6회, 지난해는 7회다. 역전승은 5차례씩으로 같지만, 올 시즌 2경기(서울-광주전, 강원-인천전)에선 결정적 PK 오심이 끼어들어 의미가 반감됐다.

지난 3월 오심 피해를 본 뒤 기자회견을 자청한 광주FC 기영옥 단장. 사진제공|광주FC
지난 3월 오심 피해를 본 뒤 기자회견을 자청한 광주FC 기영옥 단장. 사진제공|광주FC

올 하반기부터 영상판독 시스템이 도입된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시행을 허가한 가운데, 이미 국내 일부 경기장에서 시험가동이 이뤄지고 있다. 많은 축구인들은 “향후 K리그에서 PK 판정이 나올 때마다 비디오를 돌려봐야 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러나 기본은 심판의 자질 향상이다. 기초부터 교육하는 철두철미한 육성 시스템을 갖추는 동시에 심판들 스스로도 프로의식을 지녀야 한다. 필요하다면 규정도 바꿔야 한다. 이탈리아 세리에A 등과 마찬가지로 6심제를 도입하는 것도 오심을 줄이는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예산이 부족하다”는 말은 이제 공허한 메아리에 지나지 않는다.

광주와 인천 단장은 벌금 징계를 감수하고까지 기자회견을 자청해 억울함을 토로했다. 10라운드까지 벌써 2번이다. 더 이상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며 덮고 넘어가기에는 상황이 너무 심각하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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