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방치된 36억팔 정대현 간큰 롯데 너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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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27일 07시 00분


정대현. 스포츠동아DB
정대현. 스포츠동아DB
롯데는 36억원짜리 명품 FA를 쓸 자격이 있기나 한 구단일까. 롯데 프런트는 “올 시즌 롯데가 2∼3위는 할 것”이라고 ‘낙관’한다. 사방에서 다 전력이 약해졌다고 우려하는데 이렇다. 원하는 성적을 못 내면 양승호 감독만 ‘독박’을 쓰게 생겼다.

롯데 프런트가 믿는 구석(?)이 몇 가지 있는데 FA 정대현(사진)-이승호의 영입이 주된 근거다. 둘을 데려오기 위해 롯데 장병수 사장과 배재후 단장이 쏟아 부은 돈은 60억원(정대현 4년 36억원·이승호 4년 24억원)이다. 롯데 현장에서조차 “투수에게 4년짜리 계약은 부담스럽다”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었다는데 프런트가 강행했다.

그러나 정대현은 2월 중순 왼쪽 무릎을 다쳐 전력에서 이탈했다. 오사카에서 수술을 받았다. 재활까지 3∼6개월이 걸린다. 개막전은 물 건너갔다.

정대현은 재활을 서울 잠실에서 진행 중이다. LG에서 일했던 권태윤 트레이너가 돕고 있다. 외부전문가에게 특별관리를 일임했으니 일종의 ‘아웃소싱’이다. 수술을 집도한 오사카의 의사와 이메일을 주고받고, 부산의 롯데로 전달된다. 보편적 사례는 아니어도 문제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무슨 문제 있느냐?”라고 반문하는 당사자가 롯데라면 이 구단의 운영수준이 의심스럽다.

정대현은 전 소속팀 SK에 있었을 때 2006년부터 6년 연속 49경기 이상 등판했다. 오키나와 재활 캠프로 보내든, 인천 문학구장에서 살피든 트레이닝 파트에서 책임관리를 한 덕분이다. 책임관리를 하면 선수에 대한 정보가 축적되고, 감당할 수 있는 훈련의 범위와 한계를 알게 된다.

그러나 롯데는 정대현의 몸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선수의 의욕만 중시하다 화를 불렀다. 사정이 이럴진대 아웃소싱을 하면 정작 트레이닝 파트에 정보가 쌓일 수 없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단장이 “가끔 잠실 가서 들여다본다”고 해서 넘어갈 일이 아니다.

손민한 재활 때도 롯데는 이런 식이었다. “선수가 원했다”는 이유 하나로 3년 총액 27억원짜리 FA를 서울에 맡기고 끝이었다. 롯데가 ‘방치’한 사이 서울에서 손민한은 선수협 회장으로 ‘열심히’ 일했다. 롯데는 “하라는 재활은 안 하고 섭섭하다”고 했으니 ‘누워서 침 뱉기’가 따로 없다.

롯데는 메이저리그 입성을 추진하던 정대현을 자기네들이 어떻게 영입했는지를 무용담처럼 말해왔다. 그러나 정작 데려와서는 다치는 것을 막지 못했고, 이젠 ‘전문가에게 맡겼으니 됐다’는 수준이다. 롯데의 메디컬 관리 시스템이 얼마나 엉성한지는 다른 팀과 비교하면 바로 나온다. A선수는 “롯데에는 메디컬이라는 개념조차 없다”고 말한다. 열악한 환경에서 고군분투하는 트레이닝 파트의 역량 문제가 아니라 구단 상층부의 무식이 환부다.

비싼 값에 영입된 선수들은 돈 가치를 하려고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러나 그 노력과는 별개로 롯데가 구멍가게가 아니라면 책임소재는 따져야 한다. 사장과 단장은 60억 투자의 책임을 질 자리에 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트위터@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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