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야구선수가 지방으로 간 까닭

  • 스포츠동아
  • 입력 2012년 1월 10일 07시 00분


서울시, 신입 야구부 학교당 12명으로 제한
대학진학 위해 나머지는 지방 명문고로 몰려

대구상원고의 올해 야구부 신입생 숫자는 23명. 3학년(6명)과 2학년(11명)을 합친 수보다 많다. 박영진 대구상원고 감독은 9일 “서울에서 고등학교별로 입학 정원 제한을 둔다고 들었다. 그 때문에 서울의 중학교 야구부를 나온 학생 100여명은 갈 곳이 없다고 한다. 이들이 지방으로 몰리면서 이렇게 된 것이 아니냐”며 화살을 서울시 교육청의 정책 탓으로 돌렸다.

서울시 교육청 이표상 장학사는 이에 대해 “2012학년도 입학예정자에 대하여 ‘적정 인원을 받으라’고 각 학교에 가이드라인을 내려 보냈다. 야구부의 경우에는 학교당 12명을 적정 인원으로 제시한 것은 사실”이라고 정책 개입을 인정하면서도 “학생들이 서울에서 갈 곳이 없어 지방으로 향한다는 말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서울에서도 선수를 더 충원할 여력이 있는 학교가 많다. 문제는 학생들이 특정 학교로 진학하려는 경향이 뚜렷하다는데 있다. 이 학생들은 의도했던 고등학교로 가지 못하게 되면 지방의 야구 명문 고등학교로 향한다. 이 때문에 선수 수급이 어려운 서울의 일부 고등학교는 야구부 해체까지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왜 학생들이 특정 학교로만 쏠리는 것일까. 이 장학사는 “근본적인 문제는 대입정책”이라고 말했다. 작년부터 고교야구 주말리그제가 전면 실시되면서 전국대회는 3개로 줄었다. 그럼에도 많은 대학에서는 여전히 야구 특기생을 선발함에 있어 ‘전국대회 ○강 이상’이라는 규정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전국대회 상위권에 안정적으로 진입할 수 있는 야구 명문 고교로 선수가 쏠리는 것이 당연하다. 박 감독도 대구상원고로 학생들이 몰리는 것에 대해 “특기생 문제와 관련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몇 년간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고등학교 야구부간 균형은 붕괴되고, 선수를 구하지 못한 일부 고교는 야구부를 해체할 수밖에 없다. 상식밖으로 비대해진 선수단을 이끄는 야구 명문고도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이에 대해 대한야구협회가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궁금하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onga.com 트위터 @united97in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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