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지만 미묘한 배터리의 관계… 서로 믿지못하면 사사건건 파열음

  • 입력 2009년 8월 8일 08시 11분


도루견제 위해 내는 바깥직구 사인도 투수 입장에선 못마땅할수 밖에 없어

LG 조인성-심수창의 불협화음이 벌어지기 전인 지난 5일, 마산구장에서 만난 두산 김경문 감독은 이런 얘기를 했다.

포수 출신인 그는 현역 시절 선배인 투수 박철순과 원정 룸메이트를 했고 뒤이어 후배인 윤석환과 같은 방을 썼는데 이는 투수와 포수간에 보이지 않는 호흡이라든가, 돈독한 친밀감을 쌓는데 큰 도움이 됐다는 말이었다.

“한방을 쓰는 게 그래서 좋다”는 김 감독의 말처럼, 흔히 ‘배터리’로 불리는 투수와 포수는 서로간의 신뢰와 친밀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야구는 투수가 포수 눈과 손을 보고 볼을 던지면서 시작하는 게임. 그 특수한 상황 설정 때문에 배터리간 호흡과 믿음이 절대적이다. 야구가 심리적인 게임이라 더 그렇다.

그러나 서로 믿음이 없으면 쉽게 어긋나기 쉬운 사이도 투수와 포수다. 예전 ‘공격형 포수’로 명성을 떨쳤던 모 팀의 한 포수는 팀의 승패에 관계없이 자신이 안타를 많이 치면 얼굴에 웃음이 떠나질 않았고, 그래서 투수들의 신망을 잃기도 했다. ‘좋은 포수는 야수편이 아니라 투수편이 돼야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투수와 포수의 미묘한 관계를 설명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가 바로 도루저지율. 도루저지율을 의식하는 포수는 주자 견제를 위해 대부분 바깥쪽 직구를 요구하게 된다. 하지만 투수 입장에선 ‘도루저지율’만 생각하는 포수는 당연히 탐탁치 않을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도 있다. 포수는 투수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변화구를 요구해 놓고 일부러 패스트볼을 한다던가, 슬그머니 블로킹을 제대로 하지 않아 폭투를 만들기도 한다.

‘찰떡 궁합’을 보여준다면 더할 나위없지만, 투수와 포수는 이처럼 ‘어긋난 관계’로 발전하기도 쉽다. 포수를 ‘안방마님’이라 부르고, 배터리를 흔히 부부로 비유하는 것도 그래서다.

신뢰가 밑바탕이 되면 ‘없던 힘’도 만들어 낼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는 팀도 망칠 수 있는게 배터리다. 투수와 포수 관계는 태생적으로 이처럼 미묘하다.

대전 |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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