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자디 스타디움, 왕조의 향수 간직한 이란 축구 성지

  • 입력 2009년 2월 12일 08시 00분


2010남아공월드컵 본선 진출을 향한 한국과 이란의 혈전이 치러진 테헤란 아자디스타디움. 해발 1273m 고지대에 위치한 이곳은 이란축구의 성지로 통한다.

1974년 테헤란 아시안게임 개최를 위해 71년 완공된 지 어느덧 38년이 넘었으나 현지 팬들에게는 아련한 향수를 자극하는 장소로, 젊은 축구 팬들에게는 새로운 희망을 불어넣는 곳으로 변함없는 명성을 떨치고 있다.

사실, 의미부터 남다르다. 경기장의 공식 명칭인 ‘아자디(Azadi)’는 자유(Freedom)와 해방(Liberty)을 뜻한다.

이란의 마지막 국왕인 리자 팔레비가 집권하고 있을 당시에는 ‘Aryamehr(아르야메르)’로 불리웠다. 아르야메르는 페르시아어로 팔레비 국왕의 또 다른 이름이다.

이후 1979년 2월 호메이니를 위시한 이슬람 원리주의 세력은 혁명을 일으켜 팔레비 왕조를 추방시키고 정권을 잡은 뒤, 팔레비를 연상케 하는 경기장의 명칭을 바꿨다.

혁명으로 인해 이란은 정치 외교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방면에서 달라졌고, 모두가 알다시피 조금은 폐쇄적 이미지의 국가로 변모했다. 경기장 명칭의 전환도 같은 맥락이다.

아자디스타디움 인근에서 만난 압바스 라와티(53·사업가)는 “아자디를 보고 있으면 왠지 쓸쓸한 느낌이다. 휑하고, 서늘한 단상이랄까? 10만 명을 수용하는 스타디움답게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고, 웅장하지만 외로워 보인다. 좋지 못한 말로를 맞이한 팔레비 국왕 시절이 기억나기 때문에 더욱 가슴이 아려온다”고 옅은 미소를 지었다.

실제로 많은 이란 국민들이 자신들에게 ‘부’와 ‘자유’를 안겨준 팔레비를 그리워하고 있단다. 그러나 팔레비는 이제 추억 속 이름일 뿐이다.

비록 근대화 및 산업화의 실패라는 멍에를 짊어졌으나 한때 ‘중동의 파리’란 닉네임을 얻을 정도로 ‘페르시안’ 이란의 화려한 전성기의 중심에 섰던 그의 흔적은 더 이상 남아있지 않다.

대신 경기장 본부석 맞은편 꼭대기에는 전·현직 종교 지도자 호메이니와 하메네이의 대형 초상화가 걸려있다.

공교롭게도 이번 한국과의 경기는 이란 혁명 30주년 기념일(10일)이 하루 지난 시점에 열렸다.

한국을 응원하는 모두가 축제 여파를 두려워했지만 혁명 기념일 당일에도 의외로 차분한 분위기였다.

라와티의 진솔하고도 담담한 한 마디가 계속 가슴에 남는 까닭이었다.

테헤란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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