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패스트푸드점 운영하는 서향순

  • 입력 2000년 9월 25일 14시 53분


18살의 나이에 84년 LA올림픽에서 금과녁을 명중시켰던 서향순(34)은 16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패스트푸드점 사장으로 변신했다. 94년 시댁이 있는 충북 충주시에 ‘롯데리아’를 차렸으나 시골 사람들의 입맛에 서양 햄버거가 먹혀들지 않아 자본금을 다 날리고 가게마저 넘어갈 위기를 겪었다.

다행히 2년이 지나면서부터 패스트푸드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청소년들의 입맛과 맞아떨어지면서 98년엔 2호점을 열 정도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유도 국가대표 출신 박경호씨(37)와 90년 결혼, 두 아이의 엄마인 서향순은 선수 시절의 근성과 오기만 있다면 사회 생활도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사업으로 큰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지만 운동 선수 출신도 사회에서 힘든 과정을 극복하고 기반을 다질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빙상 스타’ 김기훈(33)은 97년 얼음판을 떠난 뒤 조흥은행에서 근무하다 1년 뒤 사직서를 내고 아버지 김무정씨와 함께 ‘김기훈 스포츠’라는 점포를 열었다. 값싸고 질 좋은 국산 스케이트화를 개발한 덕분에 장사가 비교적 잘되는 편이라고. 현재 ‘기훈 스케이트화’ 6종을 내놓고 빙상 선수들을 상대로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라면 더 이상 뒤도 돌아보지 않고 현역 생활을 접을 것 같지만, 미련 때문에 다시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은퇴 후 다시 선수 생활을 시작하는 금메달리스트 중에 이번 시드니올림픽에 도전하는 ‘아줌마’ 선수들이 눈길을 끈다.

대표적인 선수가 양궁의 김수녕(30)이다. 88년 서울올림픽에서 단체전과 개인전을 휩쓸며 ‘신궁’의 반열에 오른데 이어 92년 바르셀로나올리픽에서 단체전 금메달을 추가, 모두 3관왕을 차지한 그가 “더 이상 이룰 것이 없다”고 은퇴한 지 6년 여 만에 현역으로 복귀한 것.

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김경욱이 개인전과 단체전 2관왕에 오르는 것을 보고 김수녕은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자신보다 한 살 위인 김경욱이 결혼도 미루고 선수 생활을 계속해 올림픽 금메달까지 따낸 것이 김수녕의 마음이 움직였다. 그로부터 3년 뒤 한국 양궁의 침체를 염려한 양궁협회 정몽구 회장이 김수녕의 복귀를 강력히 권유하였고 협회로부터 장비 일체를 지원받으면서 김수녕은 새로운 인생을 걷기 시작했다.

처음엔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하는 회의와 걱정으로 극도의 혼란에 빠졌다고 고백한다. 활을 놓고는 운동을 전혀 하지 않은 데다 두 아이를 낳고 나서 변해버린 체형 때문에도 자신이 없었던 것. 그러나 남편과 시부모가 흔쾌히 허락했고 두 아이를 청주에 계신 부모님께 맡기면서 가정주부라는 굴레를 벗고 본격적으로 연습에만 몰두할 수 있었다.

다행히 치열한 경쟁을 뚫고 올림픽 출전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김수녕의 등장으로 은퇴하게 된 몇몇 선수들의 질투 어린 시선들로 한동안 마음 고생도 컸다고.

김수녕과 함께 시드니에서 ‘아줌마의 힘’을 보여주겠다고 벼르고 있는 조민선(28·두산)도 96애틀랜타올림픽 여자 유도에서 금메달을 딴 후 결혼하면서 은퇴했다가 지난해 말 2년 여 만에 매트에 복귀했다. 그 과정에 결혼과 이혼이라는 충격적인 인생사가 오갔다. 조민선이 지긋지긋하게 여기던 도복을 다시 챙겨입을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도 이혼의 상처 때문.

이혼 후 온갖 후유증과 잡념을 떨쳐버릴 수 있는 ‘마지막 비상구’가 바로 운동이었던 것이다.

운동을 하지 않는 동안 늘어난 체중과 굳어버린 근육 등으로 복귀에 성공할 수 있을까 노심초사했다고 한다. 올림픽의 결과에 상관없이 체력이 허락하는 한 매트를 떠나지 않겠다는 조민선은 외국 진출도 계획중이다.

이영미/스포츠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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