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20 대 80의 법칙’ 발견한 경제학자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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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6년 이탈리아 출신의 경제학자 빌프레도 파레토(1848∼1923·사진)는 콩을 재배하면서 하나의 통계학적인 사실을 발견합니다. 잘 여문 콩알이 열리는 개체는 소수지만, 그 소수의 개체들이 전체 콩 수확량의 대부분을 생산해 낸다는 것이었습니다.

파레토는 이를 거시경제학에 접목시켜 영국의 부와 소득 유형을 연구했는데, ‘전 인구의 20%가 전체 부의 80%를 차지하고 있다’는 결과를 얻습니다. 흔히 ‘20 대 80의 법칙’, ‘불균형의 법칙’으로 불리는 이 현상은 훗날 시대와 국가를 불문하고 사회 전반에 걸쳐 일어난다는 게 알려집니다. ‘전체 결과의 80%는 20%의 원인’으로 발생한다는 게 핵심입니다.

흔히 상위 20%의 단골 고객들이 전체 매출의 80%를 만들어내는 걸 예로 듭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20%의 코드가 80%의 오류를 발생시키는 경우도 좋은 예입니다. 이는 이른바 선택과 집중이라는 경영학의 기본 개념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블록버스터 영화가 전체 영화 매출의 80%를 끌어오기 때문에 기획 단계부터 히트 상품을 중심으로 마케팅 전략을 짜는 건 바로 이런 발상을 기본으로 합니다.

경제 영역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현상을 분석하고 이해하는 데에도 파레토의 법칙은 도움이 됩니다. 이를테면 아무리 훌륭한 책이라도 중요한 내용은 전체의 20% 정도에 불과합니다. 학습 성과의 80%는 공부하면서 집중했던 20%의 시간에 이루어집니다. 20%의 우수한 인재가 문제의 80%를 해결하고, 80%의 범죄는 20%의 범죄자가 저지릅니다. 옷을 사들여 옷장 안에 걸어놓지만, 그중에서 자주(80%) 입고 나가는 건 20%의 옷에 불과합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어제 끝났습니다. 단 하루의 시험을 위해 많은 학생들이 오랜 시간 공부했습니다. 그 결과를 두고 뿌듯한 사람도 있고, 많이 아쉬운 사람도 있을 겁니다. 생각해보면 파레토의 법칙은 우리 학습과 삶에도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사람들 대부분은 하루의 80%를 무의미하거나 쓸데없는 일로 소모하고 있습니다. 걱정과 고민의 80%는 자신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것들입니다.

파레토의 법칙에서는 선택과 집중을 말합니다. 하루에 해야 할 일을 10가지라고 가정했을 때, 정작 중요한 일은 어쩌면 그중 두세 가지일지도 모릅니다. 불필요한 것을 솎아내고 가장 중요한 일에 우선 집중하다 보면 의외로 아주 많은 일을 해내고, 계획한 많은 것을 이룰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꼭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하루 중 20%는 오로지 그 꿈을 위해 집중해 보면 어떨까요? 구태여 파레토의 법칙까지 언급하지 않더라도 ‘선택과 집중’은 ‘전체 콩 수확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잘 여문 20% 콩알’을 만들어 가는 길이 아닐까 합니다.

이의진 누원고 교사 roserain9999@hanmail.net
#빌프레도 파레토#콩#20 대 80의 법칙#경제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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