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원 앞둔 서울백병원…“직원들 부산 전보” vs “사실상 해고”

  • 뉴시스
  • 입력 2023년 7월 28일 10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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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사는 직원들 부산 전보는 정리해고”
“직원 전체 고용 보장·다른 병원 상황 고려”

내달 말 폐원을 앞둔 서울백병원이 의사를 뺀 직원 전원을 부산의 다른 백병원으로 전보하는 방안을 내놓자 ‘고용승계’ 논란이 일고 있다. 직원들은 “서울에 삶의 근간이 있는데 단시간 내 부산으로 가라는 것은 사실상 정리해고”라고 반발하고 있다. 반면 경영진은 “직원 전체의 고용을 보장하기 위해 경영 상황이 나은 형제병원으로 옮기는 안을 1차적으로 제시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28일 서울백병원에 따르면 서울·부산·상계·일산·해운대 등 5개 백병원을 운영하는 학교법인 인제학원은 지난 11일 서울백병원 직원들에게 의사를 제외한 나머지 직원을 9월1일자로 부산의 다른 백병원 2곳으로 전보 조치하는 내용이 포함된 ‘서울백병원 폐원에 따른 전보 및 지원안’을 통보했다.

인제학원은 전보 발령에 대한 지원안으로 임금 4.5% 인상, 월세 30만원 지원(최대 2년), 이사비 140만원 지급(2년 이내), 교통비 월 50만원 보조(최대 3개월) 등을 제안했다.

노조는 대부분의 직원이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영진이 수요 조사 등 절차 없이 서울에서 가장 멀리 있는 부산·해운대 백병원으로 전보 조치하는 방안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인제학원 소유의 백병원은 전국에 모두 5곳이 있다. 수도권에는 서울백병원을 비롯해 일산백병원, 상계백병원이 있다.

김동민 보건의료노조 서울백병원 지부장은 “서울백병원은 서울 도심 한복판에 위치해 있어 거의 모든 직원이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다”면서 “그런데 경영진이 자체적으로 수요 조사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부산으로 발령을 내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뒤늦게 수요 조사를 한다고는 했지만, 수도권에서 내려갈 수 있는 인원이 그렇게 많지 않은 만큼 (경영진이) 정리해고를 목적으로 부산 쪽으로 (전보 조치하는 안을) 마련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노조는 경영진이 충분한 의견수렴 없이 폐원을 성급하게 결정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 지부장은 “경영진들이 저질러 놓고 수습하는 식인데, 직원들에게는 당장 닥친 일”이라면서 “부산에 내려가야 하나, 수도권의 다른 병원을 알아봐야 하나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경영진은 그러나 학교법인 소유의 각 병원의 경영 상황을 고려해 1차적으로 부산으로 전보 조치하는 안을 노조 측에 제시한 것이라며 반박했다. 모든 직원의 고용을 승계하기 위한 것이여서 정리해고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백병원 관계자는 “학교법인 소유 백병원이 4곳 더 있지만, 상계 백병원은 장기간의 코로나 팬데믹을 겪었고 회복이 더뎌 경영 상황이 좋지 않다”면서 “일산백병원은 상황이 괜찮지만 증축 리모델링 중이여서 필요한 인력이 많지 않은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또 “부산 쪽 백병원 2곳은 상대적으로 경영 상황이 괜찮고 직원들을 받을 수 있는 여유도 있다”면서 “전체 직원의 고용을 보장하기 위해 이번 안을 1차적으로 제시한 것이여서 정리해고로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서울백병원 측은 아직 확정된 안이 아니여서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관계자는 “노조와 추가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면서 “직원과의 개인 면담 일정도 잡혀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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