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구상나무 39% 기후변화로 쇠퇴…고산 침엽수 자생지 집단고사 중

  • 뉴시스
  • 입력 2019년 5월 8일 11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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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산림과학원, 어린나무도 적어 천연갱신 어려워
수목간 경쟁에 기후변화까지 겹쳐 스트레스↑
고산지역 침엽수종 보전, 후계림 복원 필요

우리나라에서만 서식하는 구상나무의 33%가 온난화 등 기후변화 등으로 쇠퇴 중이며, 특히 한라산에서의 쇠퇴도는 39%에 이른다는 정부의 공식 조사결과가 나왔다.

여기에 어린 나무들의 서식이 적어 안정적 개체군 유지가 어렵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8일 ‘전국 고산지역 멸종위기 침엽수종 실태조사 분석결과’에서 이 같은 사실을 발표했다. .

전범권 산림과학원장은 이날 정부대전청사서 조사결과에 대한 브리핑을 갖고 “최근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 등 우리나라 주요 명산에서 구상나무, 분비나무 등 보호가치가 높은 상록침엽수가 자생지에서 집단으로 고사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기후변화 등으로 생육과 갱신에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지난 2017년부터 2018년까지 2년간 전국 고산지역 멸종위기 침엽수 7종에 대해 739개 표본 조사지점에서 현지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고사위기종은 구상나무·분비나무·가문비나무·눈측백·눈향나무·눈잣나무·주목 등으로 이들 침엽수는 백두대간 명산의 해발 1200m 이상 높은 산에서 주로 서식하고 있다.

이 중 구상나무는 우리나라에만 분포해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목록(Red List), 국내에서는 ‘수목원정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 등으로 지정돼 보호되고 있다.

◇고산 침엽수종 전국 31개 산지에 분포, 총 산림면적의 0.19%

실태조사 결과 전국 31개 산지에 멸종위기 고산 침엽수종이 서식하고 있으며 전체 분포면적은 1만2094㏊(우리나라 산림면적의 0.19%)로 나타났다.

지역적으로는 지리산이 5198㏊(43.0%)로 가장 넓은 면적에 걸쳐 분포하고 있고 이어 한라산 1956㏊(16.2%), 설악산 1632㏊(13.5%), 오대산 969㏊(8.0%) 순이다.

또 전국적으로 구상나무는 6939㏊에 약 265만 그루가 분포하고 있으며 분비나무는 3690㏊에 약 98만 그루, 가문비나무는 418㏊에 걸쳐 약 3만 그루가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기타 눈측백, 눈향나무, 눈잣나무 등은 일부 지역에 소규모로 분포 중이다.

멸종위기 고산지역 침엽수종의 주요 분포 범위는 해발고도 1200∼1600m였으며 수분조건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북쪽 계열 사면에 주로 분포했다.

고산침엽수 분포지역의 평균 기온은 약 6.3℃(전국 평균 12.3℃), 강수량은 1697㎜(전국 평균 1310㎜)로 조사됐다.

◇한라산 구상나무 39% 쇠퇴, 분비나무도 심각. 어린 나무도 적어

현지서 고산 침엽수종의 고사목 발생현황과 생육목의 건강도 측정을 통한 쇠퇴도 산출 결과, 전국 구상나무림의 약 33%, 분비나무림의 28%, 가문비나무림의 25% 가량이 쇠퇴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한라산에서는 구상나무의 39%가 쇠퇴한 것으로 조사됐고 분비나무는 소백산에서 38%, 가문비나무는 지리산에서 25%의 쇠퇴도를 보였다.

쇠퇴도는 기후변화에 따른 겨울철 기온상승률이 높고 위도가 낮은 곳에서 높게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고산 침엽수종의 숲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위한 어린나무의 개체수가 적고 나무들의 연령구조가 불안정해 지속적인 개체군 유지가 어려운 상황이란데 있다.

전범권 원장은 “구상나무와 분비나무는 작은 나무가 부족한 왼쪽으로 치우친 종형구조며 가문비나무는 작은 나무와 중간크기 나무도 부족한 종형 구조로, 가문비나무의 숲의 구조가 가장 불안정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과학원 조사결과, 후대를 이을 어린나무(흉고직경 6㎝ 미만이면서 수고 50㎝ 이상)는 지리산의 경우 구상나무와 가문비나무는 각각 ㏊당 평균 191 그루와 53그루가 있고 설악산의 분비나무는 ㏊당 평균 181 그루로 출현해 매우 적다.

전 원장은 “고산 침엽수의 고사에는 고산지역의 특성과 기후변화 등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실태조사를 통해 고사발생 유형을 발견하고 고산 침엽수 쇠퇴가 기후변화에 의해 영향을 받고 있음을 실증적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과학원은 높은 산지의 극한 기상특성(한건풍, 강풍, 폭설), 수종 및 개체목간 경쟁에 의한 피압 등으로 고산 침엽수들이 기본적인 생존 위협을 받고 있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최근 겨울·봄철 기온 상승과 가뭄, 여름철 폭염, 적설량 감소 등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생리적 스트레스가 상록침엽수의 대규모 고사와 쇠퇴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실제로 한라산은 기후변화에 따른 겨울철 온도상승률이 가장 높은 동시에 고산지역의 극한 기상특성도 크게 작용해 쓰러져 죽은 고사목(48%)이 매우 많이 발견됐으며 전체적인 쇠퇴도(39%)도 전국 주요 지역 중에서 가장 높다.

전 원장은 “고사목 중 구상나무는 63%, 분비나무와 가문비나무는 각각 64%와 94%가 서 있는 상태로 고사했다. 이는 생리적 스트레스 또는 경쟁으로 인한 피해로 추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복원지 선정, 지속적 모니터링으로 개체수 유지해야

산림과학원은 이번 조사를 통해 7대 고산 침엽수종의 전국 정밀분포도를 최초로 제작했고 고산 침엽수종의 밀도, 건강상태 등 생육현황 전반에 걸친 정밀한 정보를 확보했다.

이를 바탕으로 고사와 쇠퇴가 가속화되고 있는 멸종위기 고산지역 침엽수종의 보전·복원을 위해 산림과학원은 쇠퇴도와 유전적 다양성 등을 고려해 우선 복원 후보대상지를 선정할 계획이다.

현재 산림과학원은 멸종위기 고산 침엽수종의 종자형성에서 발아, 정착 및 성장에 이르는 단계별로 무엇이 문제인지를 밝히고 이를 해소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과학원은 기온이 더욱 상승하면서 생리적 스트레스뿐만 아니라 병해충에 의한 피해도 예상됨에 따라 이에 대한 감시와 연구도 추진하고 있다.

산림과학원 임종환 기후변화생태연구과장은 “멸종위기 고산지역 침엽수종 보전·복원을 위해 조사와 연구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여러 전문가들의 지혜를 모으고 유관 기관과 협력하여 멸종위기 침엽수종의 보전에 적극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대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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