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 내 ‘상습 성폭행’ 사건 알면서도 방치한 장애인시설…금전 갈취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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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12월 26일 15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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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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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의 한 중증장애인생활시설에서 장애인간 성폭력 사건이 수차례발생했으나, 시설 측은 이를 알고도 1년 동안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이성호)는 최근 경기 이천의 한 장애인시설이 입소자 간 성폭력 행위에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고, 입소자로부터 금전을 갈취했다는 진정을 받아들여 이천시장에게 해당 시설에 행정처분을 내리도록 권고했다고 26일 밝혔다.

인권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해당 시설에 거주하는 지적장애인 A 씨(45·남)는 지난 2016년부터 같은 방에 거주하는 B 씨(32·남)에게 유사강간에 해당하는 성폭력을 20여 차례 저질렀다. B 씨가 자신보다 신체적·정신적 능력이 미약해 항거하기 어렵다는 점을 이용한 것.

시설의 생활재활교사들은 약 1년 전부터 A 씨의 성폭력 의심 상황을 목격하고 사건을 상부에 보고했으나, 시설 측은 별다른 조치 없이 이를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이와는 별도로 서로 다른 장애인에 의한 성추행 사건이 3건이나 확인됐으나, 해당 시설의 생활지원팀장은 사건을 인지하고도 장애인권익옹호기관 등에 신고하기는커녕 정확한 피해 사실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인권위에 따르면, 지난 10월 시설 입소자 C 씨(36·남)는 화장실에서 자신보다 15세 어린 D 씨(21·남)에게 자신의 신체 일부를 주무르도록 강요하는 등 10여 차례 성추행했다.

D 씨는 4년 전인 2013년에도 또 다른 시설 입소자 E 씨(44·남)에게 유사 성폭행을 당할 뻔했으나 별다른 보호조치를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지난달에는 F 씨(53·남)가 자신보다 19세 어린 G 씨(34·남)를 성추행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인권위 관계자는 “장애인 간 성폭력 사건을 방치하면 시설 내에서 모방 행위가 확산되는 경향이 있으며, 특히 지적장애인의 경우에는 스스로 피해를 인지해 밖으로 알리기 어렵기 때문에 종사자·관리자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며 보호 및 신고의무를 다하지 않은 해당시설의 책무에 대해 지적했다.

또한 해당 시설은 인지나 의사소통 능력이 낮은 장애인 총 15명의 개인 금전 2800여만 원으로 400만 원짜리 승마기, 770만 원짜리 수치료기 등 고가의 운동기구와 오디오를 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시설 측은 “운동기구와 오디오는 해당 장애인들을 위한 개인물품이며, 생활실의 공간이 부족해 물리치료실에 설치했을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해당 물품은 다른 이용인과 시설 직원들이 더 빈번하게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향후 발생할 유지·수선비를 공동부담하기 위해 사용대장까지 마련한 정황도 드러났다.

인권위는 이 같은 행위를 장애인의 금전관리 위반으로 보고 시설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으며, 시설장에게는 해당 피해 금액을 당사자들에게 즉각 반환할 것을 권고했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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