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수 “고용부 위상 강화하고 노사정 대화 복원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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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전문가 8인 좌담회… ‘전환기의 노동과제’ 고민

새 정부가 노동정책을 제대로 추진하려면 노동정책의 독자성을 보장하고, 좌우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특히 고용노동부 등 사회 부처의 위상을 대폭 강화하는 한편 노사정(勞使政) 대화체를 하루빨리 복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철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사진)는 10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2015년 9·15 대타협은 내용적으로 매우 훌륭했지만 경제 부처(기획재정부)가 합의를 무시하고 법 개정을 밀어붙이면서 휴지조각이 됐다”며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은 좌우 진영 논리에 갇히고, 노동정책을 경제정책의 일부로만 인식했기 때문에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대 고용복지법센터 소장을 맡고 있는 이 교수는 지난달 19일 이런 내용에 바탕을 둔 ‘전환기의 노동과제’를 주제로 전문가들과 좌담회를 진행했고, 최근 같은 제목의 책을 펴냈다. 좌담회에는 이 교수를 비롯해 강성태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최영기 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상임위원,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 등 국내 최고의 노동 전문가 8명이 참여했다.

전문가들은 좌담회에서 차기 정부가 고용부의 위상을 대폭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 교수는 “박근혜 정부가 교육부 장관을 사회부총리로 임명했지만 사실상 허수아비에 불과했다”며 “기재부가 예산편성 권한을 무기로 사회 부처를 압박하는 형태로는 제대로 된 노동정책을 추진할 수 없다”고 밝혔다. 연방 노동사회부 장관이 정부 내 서열 ‘2인자’로 통하는 독일처럼 고용부의 위상과 권한이 대폭 확대돼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이게 어렵다면 노사정위원회의 역할을 강화하거나 개편해 사회적 대화를 재추진하는 방안 역시 고려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뜻을 모았다. 이 교수는 “1998년 노사정 대타협은 인류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성공적인 경험인데 너무 저평가된 측면이 있다”며 “지금까지의 노사정 대화는 일차적으로 사회적 갈등을 흡수하는 역할을 수행해 왔다. 실사구시의 입장에서 제도적 실효성을 기하는 개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노사정 대화 복원은 노사 양측의 양보와 반성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이 교수는 “경영계는 여전히 1980년대식 사고로 노동계를 인식하고 있고, 노동계도 비정규직 프레임을 동원한 정치적 외연 확장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새 정부에서는 노사 모두가 스스로 책임감을 갖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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