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한라산 안전사고… ‘맞춤형 구조’로 줄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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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객 무리한 산행으로 사고 급증… 2013년부터 해마다 4명 사망
응급구조요원 배치-탐방로 점검 등… 현장 중심의 체계적 구조활동 강화

등산객들이 한라산 성판악코스로 정상을 오르고 있다. 높이 1000m가량을 끊임없이 올라가야 하는데도 준비 소홀 등으로 부상을 입는 등산객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등산객들이 한라산 성판악코스로 정상을 오르고 있다. 높이 1000m가량을 끊임없이 올라가야 하는데도 준비 소홀 등으로 부상을 입는 등산객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한라산 산악구조대 등 30명은 최근 영실코스에서 조난자 위치 찾기, 수색 및 인명구조, 응급처치와 조난자 이송, 구조대원 간 연락 등 훈련을 했다. 이번 훈련은 현장 중심의 체계적인 구조 활동과 각종 장비점검에 중점을 뒀다. 해마다 끊이지 않는 산악 안전사고를 조금이라도 줄여보기 위한 것이다.

지난달 26일 오후 1시 50분경 한라산 정상인 백록담을 1km가량 남겨둔 해발 1800m 지점에서 등산객 손모 씨(57·부산)가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제주해양경비안전서 헬기가 현장에 도착해 손 씨를 병원으로 이송하며 심폐소생술(CPR)을 했지만 결국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숨졌다.

2월 10일 오후 3시 40분경에는 영실코스 구상나무 숲 지대에서 평소 협심증을 앓고 있던 박모 씨(58·제주시)가 가슴을 움켜쥐며 쓰러졌다. 박 씨는 헬기로 병원에 이송됐지만 같은 날 오후 5시 43분경 사망 판정을 받았다.

이처럼 올해 들어서만 한라산 등산객 2명이 사망했다. 지난해 산악 인명구조 시스템을 재정비해 ‘한라산 등산 사망사고 제로화’에 도전하겠다고 선포한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의 의지가 무색해졌다. 사망 사고뿐 아니라 다리를 삐고 다치거나 근육통, 탈진, 골절 등 부상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한라산 안전사고 대부분은 자신의 신체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등산객의 무리한 산행과 준비 소홀, 장비 미흡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한라산 안전사고는 2013년 108건, 2014년 639건, 2015년 143건이다. 올해는 21일까지 70건이 발생했다. 이 가운데 사망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4명이었다. 2014년 사고건수가 급증한 것은 미미한 근육통을 호소한 등산객도 모두 통계자료에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한라산 등산객은 연간 120만 명에 이른다. 등산객이 많은 만큼 사고 개연성이 높고 무엇보다 한라산 등산에 대한 안이한 생각이 사고를 유발한다. 걷는 데 익숙하지 않은 수학여행 등 단체관광객을 무작정 올려 보내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받고 있다.

육지 산은 산행 출발점에서 높이 300∼600m 정도 오른 뒤 능선을 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한라산은 오르막에 이어 내리막으로 끝난다. 이 때문에 한라산을 쉽게 여기지만 높이 1000m가량을 끊임없이 올라가야 한다. 그만큼 육체적 피로도가 크다. 강만생 한라산국립공원 자문위원장은 “상대적으로 긴 오르막과 내리막의 등산로를 걸으면서 탈진, 근육통 등이 자주 발생한다”며 “육지에서 오는 단체 산악인들의 과도한 음주도 사고를 유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라산국립공원 측은 올해 국립공원관리공단 등과 합동구조훈련을 비롯해 응급구조요원 배치, 탐방로 안전진단 등 다양한 정책을 마련했다. 산악구조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안전산행 지도과정 전문교육에 14명을 파견하고 6월 말까지 돌계단, 다리, 대피소 등의 시설에 대해 안전점검을 한다.

김대준 한라산국립공원 보호관리과장은 “고혈압, 심질환 등 지병이 있으면 조심해서 산행을 하고 2명 이상 동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맞춤형 산악구조훈련 등을 통해 등산객 안전사고에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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