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별별과학백과]어미 판다, 아기 판다보다 대나무를 더 사랑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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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 없인 못 살아! 판다의 비밀

“판다다! 판다가 나타났다!”

5월 24일, 서울시청 앞 잔디광장에 1000여 마리의 판다 인형이 등장했다. 녹색 잔디 위에 펼쳐진 놀라운 광경에 바쁘게 지나가던 사람들이 걸음을 멈추고 휴대전화 카메라를 꺼내들었다. 이 전시는 프랑스의 예술가 파울로 그랑종과 세계자연기금(WWF) 프랑스 지사가 협력해 2008년에 처음 시작한 행사다. 그 당시 지구상에는 판다가 고작 1600여 마리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중국에서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판다 서식지인 대나무숲이 급격하게 줄었기 때문이다.

그랑종은 사람들에게 판다의 위기를 알리기 위해 재활용 종이로 판다 인형 1600개를 만들었다. 그러곤 ‘1600 판다+의 세계여행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를 여행하기 시작했다. 8년 동안 프랑스와 네덜란드, 독일, 이탈리아와 대만, 홍콩, 말레이시아를 거쳐 드디어 우리나라를 찾은 것이다. 처음엔 판다 인형 1600개로 시작했지만 이번 전시에는 1800여 개의 판다 인형이 쓰였다. 올해 3월,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야생에 사는 판다 개체 수가 1864마리로 늘었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10년 전보다 16.8%나 증가한 수치다.

5월 24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1600 판다+의 세계여행 프로젝트’ 행사가 열렸다. 이는 세계자연기금(WWF)이 2008년부터 시작한 행사. WWF는 멸종 위기종인 판다를 수공예 종이 작품으로 제작해 세계 각국의 도시에서 전시해 왔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5월 24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1600 판다+의 세계여행 프로젝트’ 행사가 열렸다. 이는 세계자연기금(WWF)이 2008년부터 시작한 행사. WWF는 멸종 위기종인 판다를 수공예 종이 작품으로 제작해 세계 각국의 도시에서 전시해 왔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 너구리야, 곰이야? 판다의 정체

흰털과 검은 털이 귀엽게 어우러진 ‘자이언트 판다’는 곰과 비슷하게 생겼다. 동물원을 제외하면 전 세계에서 중국 서부 지역에서만 살고 있다. 그런데 판다의 겉모습을 보고 있으면 어떤 동물과 비슷한지 헷갈린다. 덩치를 보면 잡식성인 곰인데, 대나무만 먹는 것을 보면 또 초식동물 같기 때문이다.

실제로 판다는 *식육목 곰과에 속한 동물이다. 약 2400만 년 전쯤 곰의 공통조상에서 갈라져 나왔다. 북극곰이나 불곰, 말레이곰 같은 다른 곰들이 600만 년 전쯤에 갈라졌다는 것을 생각하면 다른 곰들과 달리 매우 일찌감치 갈라져 나온 셈이다.

오랜 기간을 거쳐 현재의 모습으로 진화하기까지 판다는 여러 가지 선택을 해야 했다. 다른 곰들처럼 육식이나 잡식으로 먹이를 먹었던 판다의 조상은 어느 순간 대나무를 좋아하게 됐다. 다른 먹이도 먹었지만 주로 대나무를 찾아다녔다. 그런 후 지금 판다가 사는 중국 서부 쓰촨 성 지역에 정착했다.

이 지역은 대나무가 풍부한 대신 다른 먹이 자원이 부족했다. 그래서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판다는 대나무를 많이 먹을 것인지, 아니면 다른 먹이를 찾아 살고 있는 터전을 떠날 것인지 결정해야 했다. 최종적으로 판다는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지 않고 중국 서부에서 대나무를 먹고살기로 결정했고, 지금과 같은 초식동물이 됐다.

○ 위기에 빠진 판다를 구하라!

판다의 조상은 본래 고기를 먹는 육식동물이었다. 하지만 오랜 세월 동안 대나무를 먹는 방향으로 진화했고,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을 가지게 됐다. 초식동물은 내장 중에서도 위와 소장이 매우 크게 발달해 있다. 영양분이 부족한 풀을 많이 먹고 오랫동안 소화시키기 위해서다. 반면 육식동물은 영양효율이 높은 고기를 먹기 때문에 위나 소장 안에서 오래 소화시키지 않아도 충분한 영양분을 얻을 수 있다. 그래서 특정 내장기관이 발달하지 않았다. 그런데 초식동물인 판다의 내장은 다른 곰과 동물과 매우 비슷하다. 내장 기관이 육식동물이나 잡식동물과 비슷한 형태다.

게다가 최근 해외학술지에서는 판다의 장내 미생물 분포로 보아 육식동물에 가깝다는 연구결과가 실렸다. 대장 속에 있는 미생물들은 음식물의 소화를 돕는데, 판다의 대장에서는 고기의 소화를 돕는 미생물이 주로 발견된 것이다. 즉, 판다는 신체 구조상 대나무를 잘 소화할 수 없는 몸인 것이다.

몸이 영양분을 잘 흡수하지 못하자 판다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대나무를 어마어마하게 먹기 시작했다. 한 번에 흡수되는 영양분이 적으니 많이 먹어서 필요한 영양분을 얻는 것이다. 실제로 판다는 하루에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나머지 대부분을 먹는 데 쓴다. 무려 14시간 동안 12.5kg이나 되는 대나무를 먹는다. 게다가 너무 먹는 데 집중한 나머지, 먹는 것을 제외한 다른 것에는 관심이 없다. 심지어 짝짓기에도 관심이 없어서 자손을 남기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이처럼 판다는 여태껏 점점 야생에서 생존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진화해 왔다. 과학자들은 판다가 완전히 다른 동물로 탈바꿈하지 않는 이상 자연 생존은 점점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과학자들은 판다가 새끼를 많이 낳아 귀여운 판다를 오랫동안 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다른 판다가 짝짓기 하는 동영상을 보여 주거나, 피곤하지 않게 힘이 나는 약을 먹이기도 한다. 이렇게 노력을 해도 판다 한 쌍은 2년에 한 마리꼴로 간신히 새끼를 낳는다.

어미 판다가 아기 판다를 낳은 다음엔 또 다른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먹는 것에 정신이 팔린 어미 판다는 새끼를 잘 돌보지 않는다. 따라서 갓 태어난 판다는 인큐베이터에서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어미 판다의 손길을 받지 못하는 새끼들은 사람 손에 길들여지게 되면 야생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판다 분장을 하고 아기 판다를 돌보는 등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오가희 어린이과학동아 기자 sol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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