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왜 육십이를 ‘602’로 쓸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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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놀자!/JEI 재능교육과 함께하는 스토리텔링 수학]


아빠: 송이야, 아빠랑 엄마랑 오목 둘 거야.

송이: 그래? 그럼 내가 심판할래. 자∼ 먼저 바둑알 나눠 줄게. 아빠는 피부가 까마니까 검은 알, 엄마는 하야니까 흰 알. 몇 개씩 나누어 줄까?

엄마: 음, 일단 65개씩?

송이: 알았어. 1, 2, 3, 4…, 64, 65! 어휴∼ 숨차! 여기 엄마 65개, 아빠도 65개.

아빠: 와, 수를 정말 잘 세는데! 천재야, 천재!

엄마: 그럼 송이야, 엄마 바둑알이 65개잖아. 이걸 10개씩 묶으면 몇 묶음이 나오고, 남는 건 몇 개일까?

송이: 에이∼ 엄마. 바둑알은 끈이 없는데 어떻게 묶어? 말도 안 돼.

송이는 왜 바둑알 65개를 10개씩 묶음과 낱개로 나누지 못하는 걸까요? 그 이유는 아이들이 수를 분리될 수 있는 양이 아니라, 하나의 덩어리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기에 그렇습니다. 송이가 수는 잘 세긴 하지만 ‘65’를 65개의 덩어리로만 인식할 뿐, 10개씩 묶음 6개와 낱개 5개로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죠. 이처럼 수를 잘 세는 것과 수의 구조인 십진법의 원리를 이해하는 건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56’과 ‘65’는 모두 숫자 ‘5’와 ‘6’으로 이루어진 두 자릿수이지만, ‘5’와 ‘6’이 놓인 자리에 따라 수가 나타내는 양과 크기가 달라지게 됩니다. 이는 수의 각 자리가 나타내는 값이 다르므로 같은 숫자라도 어느 자리에 있느냐에 따라 그 값이 달라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게 바로 ‘자릿값의 원리’입니다.

○ 묶음과 낱개를 이용한 수의 구조적 이해!

수의 자릿값을 이해한다는 것은 수를 구조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수의 구조적 분석 없이 아이에게 수를 읽고 쓰는 방법만 서둘러 가르치면 어떻게 될까요? 수에 내재된 의미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육십이’를 써보라고 했을 때 ‘602’라고 쓰는 오류를 범할 수 있습니다. 또한 큰 수를 학습할 때 큰 수의 양을 직관적으로 알 수 없고 수의 형성 구조를 모르기에 그 수가 가지는 의미와 크기를 인지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아이가 단순히 수를 읽고 쓰기에 앞서 수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충분히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수의 구조적 이해의 바탕인 두 자릿수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처음 수의 구조를 학습하는 아이에게 ‘자릿값’이라는 형식화된 용어를 사용한 추상적인 설명은 매우 어려울 수밖에 없으므로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묶음과 낱개’를 이용한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알맞습니다. 예를 들어 [그림1]의 바나나는 10개씩 묶음이 3개, 남은 낱개는 6개이므로 이를 수로 나타내면 ‘36’이 된다는 과정을 통해 10개씩 묶음의 개수가 십의 자리 숫자를, 낱개의 개수가 일의 자리 숫자를 표현함을 알게 합니다. 즉, 3이 십의 자리 숫자이고 10개씩 묶음이 3개인 30을 의미하며, 6이 일의 자리 숫자로 6을 의미한다는 것을 바나나를 이용한 묶음과 낱개를 통해 자연스럽게 알게 하는 것이죠. 이러한 구체물의 묶음과 낱개를 이용해 반복적으로 숙달시켜 숫자만 보고도 자릿값을 알고 표현할 수 있도록 하면 두 자릿수의 완벽한 이해가 가능하게 됩니다.

○ 세 자릿수도 어렵지 않아요!

세 자릿수를 이해하려면 먼저 100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때 수 100을 단지 99 다음의 수가 아닌, ‘99보다 1 큰 수’, ‘90보다 10 큰 수’, ‘10개씩 묶음이 10개’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하여 학습함으로써 수 100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돕도록 합니다.

이러한 자릿값의 개념은 [그림2]와 같은 일정한 단위로 뛰어 세기를 통해 좀 더 직관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100씩 뛰어 세는 경우 291, 391, 491로 수가 변하는 과정을 통해 백의 자리 숫자만 1씩 커지며 바뀐다는 것을 관찰함으로써 백의 자리 숫자의 자릿값이 100이라는 개념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죠.

수의 자릿값에 대한 이해는 두 수의 크기 비교도 수월하게 합니다. 작은 수는 구체물을 하나씩 세면서 비교하는 게 가능하지만, 수가 크다면 일일이 비교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요? 하지만 자릿값의 개념을 알고 두 수를 비교하면 그 답을 금방 얻을 수 있습니다. ‘43’과 ‘26’처럼 10개씩 묶음의 개수(십의 자리)가 서로 다를 때는 10개씩 묶음의 개수가 많은 쪽이 큰 수이고, ‘98’과 ‘91’처럼 10개씩 묶음의 개수가 같을 때는 낱개의 개수가 많은 쪽이 크다는 것을 수의 구조를 통해 이해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수의 자릿값을 이해함으로써 ‘14+25’에서 왜 4와 5를 더하고, 왜 1과 2를 더해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알 수 있게 됩니다. 또한 23을 ‘10개씩 묶음이 2개, 낱개가 3개인 수’이면서 동시에 ‘10개씩 묶음이 1개, 낱개가 13개인 수’로 인식할 수 있다면, 받아내림이 있는 뺄셈의 연산을 수월하게 이해하고 해결할 수 있겠죠. 이처럼 자릿값은 단지 수를 이해하는 것이 아닌 연산을 완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토대가 됩니다.

강유경 재능교육 스스로교육연구소 책임연구원
#수학#재능 교육#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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